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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배의 소소한일상
[책 리뷰 / 서평] 기척 - 레이철 호킨스 본문
나는 최근 유튜브 쇼츠를 보다가 이 영상(https://youtube.com/shorts/8qCDThsF1Qw?si=vyQAN4Y-uHDk8mPF)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해당 채널은 여러가지 책을 추천해주는데, <기척>은 특히 마음을 끌었다. 그래서 해당 쇼츠에서 소개된 책들을 차례로 읽어보기로 했고,<기척>은 그 여정의 첫 번째 선택이 되었다!
- 저자
- 레이철 호킨스
- 출판
- 모모
- 출판일
- 2022.08.17
고전의 틀을 빌려 현대 심리를 해부하다.
레이철 호킨스의 기척은 샬롯 브론테의 고전 <제인에어> 를 현대 미국 남부로 옮겨와 재해석한 심리 스릴러다. 하지만 단순한 패러디에 그치지 않고, 욕망, 생존, 거짓이라는 보다 어두운 주제를 전면에 내세운다.
주인공 제인은 과거를 숨기고 살아가는 가난한 여성이다. 그냥 가난한 것도 아닌, 과거에 일어난 어떠한 사건을 은폐하기위해 자신의 이름을 버리고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비밀이 있는. 냉소적이고 계산적인 여성이다. 손필드 주택단지에서 부유층의 개를 산책시키던 그녀는 어느날 에드워드 로체스터라는 '부유하고 잘생긴 남자'를 만난다. 제인은 그야말로 운명적인 사랑을 한다. 그녀의 사랑은 위태로워보이지만, 그만큼 아름다워보이기까지 한다. 그녀는 에디와 함께하는 '다른 삶' 그러니까, '더 나은 삶'을 꿈꾸게 된다.
하지만 겉으로 완벽해 보이는 삶의 이면에는 끊임없이 균열이 일어난다. 에디의 숨겨진 과거, 사라진 아내, 그리고 결코 지워지지 않는 의심. 작가는 이 모든 요소를 빠르고 치밀하게 얽어, 독자를 한 번 잡으면 끝까지 끌고 가는 흡인력을 만들어낸다.
외면할 수 있는 일과 외면할 수 없는 일.
입술을 뗀 에디가 몸을 낮춰 나와 키를 맞췄다.
"날 믿는다고 말해." 약간 쉰 듯한 목소리였다.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당신을 믿어"라고 말했다. 그 말은 진심이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점차 흥미진진한 일이 벌어진다. 눈앞에 원하는 삶이 있다면, 어느정도의 '이상한 일'정도는 모두 외면하고 싶지 않을까?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제인은 에디와 함께 지내면서 자신의 '구질구질한' 삶을 벗어난다. 하지만 도처에 수상한 일이 깔려 있다. 제인은 변화에 민감한 인물이고, 그녀의 생존법은 관찰력과 빠른 눈치였다. 제인은 감각적이고 냉철하다. 그런 그녀의 눈에 도무지 외면할 수 없는 에디의 비밀이 걸린다.
에디의 과거의 아내, 베, 버사 로체스터는 수수께끼의 인물이다. 절친한 친구와 함께 보트에서 실종된 여자. 모두가 그곳에서 죽음을 맞이했을거라고 생각하는 여자. 단순한 사고라고 치기에는 수상한 정황들이 생긴다.
에디는 사실 별볼일 없는 잘생긴 남자였다는 점.
성공한 사업가인 베와 결혼 후에 '잘생기고 돈이 많은' 에디가 만들어졌다는 점.
따위의 것들. 제인은 에디를 사랑하노라고 되뇌지만 그녀의 안에서 의심은 미묘한 불협화음을 남긴다. 사랑하는 사람을 믿을 것인가, 아니면 진실을 파헤칠 것인. 제인은 오래도록 갈등한다.
빠른 전개와 교차 시점
하지만 에디에게 이 모든 것을 상기시키는 과정에서 나 역시 기억해내고 말았다. 그가 얼마나 좋은지, 내가 그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독자여, 나는 그와 잤다.
빠른 전개와 교차 시점은 이 책을 계속해서 읽게 만든다. 몰아치는 전개, < 제인에어>와 비슷한듯 다른. 익숙하면서 새로운 맛에 자꾸만 빠져든다. 종종 위 인용구처럼 <제인에어>의 오마주 부분을 보면 반갑기까지 하다. 짧은 챕터 구성과 교차하는 시점을 통해 이야기는 속도감을 높여간다. 제인과 베의 시점을 오가면서, '그 날' 대체 어떤 일이 있던건지 추리하고 짐작해나간다. 진실에 접근하게 되면서, 예상이 보기좋게 빗나가기도 하면서 몰입은 더욱 심해진다. 이 서사 구조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몰입을 유도하는데 무척이나 효과적이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시점이 교차되면서 다소 산만한 감이 있다는 점이다.
원작과 다른 버사 로체스터의 행보.
이 점이 이 책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베 로체스터. 버사 로체스터. <제인 에어>에서는 광기에 사로잡혔다는 둥의 이유로 에디에게 감금된 여자. <기척>에서 베는 <제인에어>의 버사 로체스터보다 훨씬 능동적인 인물로 묘사된다. 타인의 입에서 그녀가 얼마나 대단한 존재였는지 제인이 듣는 대목은 <레베카>가 생각나기도 한다. 로맨스의 방해물, 에디의 실수따위가 아닌, 정말 사랑을 하고, 말을 하고, 욕망하는 사람. 단순한 '희생자'나 '괴물'이 되지 않은 그녀의 존재는 이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중요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그녀는 과거의 유령으로 머무르지 않는다. 주체적인 여성이 된 버사 로체스터. 제인을 '좀도둑'으로, 버사를 '야망넘치는 사업가'로 탈바꿈한 것은, 이 소설이 페미니즘 심리 스릴러라는 타이틀을 받은 이유일 것이다.
완벽한 삶이라는 신화에 대한 차가운 질문
기척은 결국, '완벽한 삶'을 꿈꾸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그 대가를 그린 이야기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드러나는 것은 단순한 범죄가 아니다. 진실을 알고도 외면하는 선택, 안락함을 위해 타인을 짓밟는 본능, 그리고 그 모든 것의 끝에 찾아오는 공허함이다.
레이철 호킨스는 독자에게 안락한 결말을 제공하지 않는다. 오히려 마지막까지 불편한 질문을 남긴다. 무엇이 진실인지 짐작할 수밖에 없다. 그 점에서 현실과 유사하기까지 하다. 모든 선택은 불완전하고,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간다. 그래도 나름 해피엔딩이라면, 해피엔딩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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