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배의 소소한일상

[책 리뷰 / 서평] 생각이 너무 많은 나에게 -변지영 본문

책·서평

[책 리뷰 / 서평] 생각이 너무 많은 나에게 -변지영

뜨끈한 꿀배 2024. 12. 24. 23:49

 

 

 

이 책을 읽은 날에는 너무 답답하고 화가난 날이었다. 정말 별일이 아닌데도 화가나고 억울했었다. 톡 쏘는 말로 나에게 상처를 준 상대방을 비난하고 그 사람이 상처받을 만한 말로 가슴을 후벼파고 싶었다. 이제는 그게 얼마나 불필요한지, 작은 일로 기분이 나빠봤자 전부 내 손해라는 걸 안다. 그럼에도 나는 그 상황을 곱씹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며 상상속의 싸움을 계속 하는 것이었다. 좋아하는 노래도 내 마음을 달래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책을 찾았다. 이 부글부글 끓는 증오를 달래줄 무언가가 필요했다.

 


 

 
생각이 너무 많은 나에게
《미래의 나를 구하러 갑니다》, 《내 마음을 읽는 시간》 등으로 신경과학의 최근 발견들을 토대로 우리 삶에 구체적 실천을 위한 심리학 지식을 알려주는 변지영 작가의 ‘너무 많은 생각 때문에 피곤한 현대인을 위해 생각 감옥에서 탈출하는 법’을 안내하는 《생각이 너무 많은 나에게》가 출간되었다. 평소 긴장이나 불안을 자주 느끼는 사람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 일 때문이야’ 혹은 ‘할 수 있었는데’, ‘그때 꼭 했어야 했는데’ 등 사실과 다른
저자
변지영
출판
카시오페아
출판일
2024.07.15

 

 

우리의 뇌는 '드라마'를 만든다.

 

화가나고 짜증이 나고, 실망하고, 서운한 이유. 이 책에서는 그 문제가 '드라마'에서 일어난다고 일축한다. 그러니까, 지금 당장 내가 보고 듣고 확인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내 멋대로 상상하는 것. 그게 바로 드라마다. 어떤 사람이 나에게 날선 말을 했을 때 그 의도를 짐작해보고, 연상에 연상을 거듭해 우리는 상상으로 내가 불쾌감을 느낄만한 이유를 굳이 찾아서 그것에 실망하곤 한다. 상대방은 그런 의도로 말하지 않았을지라도, 내가 덧붙이고 덧붙여 '드라마'를 만들고 그것에 사로잡힌 관객이 되어버린다.

 

나의 경우에도 그랬다. 상대방의 어조가 어딘지 모르게 날카롭다고 느껴지거나, 먼저 연락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혼자 오해의 늪에 빠지곤 했다. "혹시 나한테 실망한 걸까? 왜 그럴까? 내가 뭘 잘못했나?" 같은 생각들이 꼬리를 물었다. 만약 정말 내 행동이 오해를 불렀다면, 이유를 묻고 해명할 기회를 주면 될 텐데, 왜 그런 기회조차 주지 않는지 답답했고, 화가 치밀었다.

 

그나마 내가 나아진 점이 있다면, 이런 생각들이 무의미하고 편협했으며, 상대방의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망상이었다는 걸 깨달았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의 나는 한 번 기분이 상하면 반나절, 심지어 하루 이틀씩 그 감정에 사로잡혀 살곤 했으니까.

책을 읽다 보니 과거의 한 순간이 떠올랐다. 내가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의 일로, 진상 손님을 만나 피로와 짜증이 얼굴에 가득 담긴 채 식사를 하던 날이었다.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온갖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아 억울함만 가득했던 시기였다. 그렇게 무표정으로 밥을 퍼먹고 있는데, 사장님이 다가와 물으셨다.


"왜 그렇게 풀이 죽어 있니?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


나는 솔직히 대답했다.


"진상 손님이 왔어요. 그 사람이 절 희롱하는 말을 해서 기분이 너무 나빴어요."

 

그 말을 들은 사장님이 잠시 나를 보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얘야, 계속 기분 나쁘게 있으면 손해는 너만 보는 거야. 네가 그렇게 흘려보내는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아. 시간이란건 정말 소중한 거야."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박혔다. 그날 이후, 순간의 감정에 질질 끌려 다니지 않기로 결심했다.

 

물론 결심을 한다고 사람이 한순간에 변하지는 않는다. 나는 여전히 예민하고 남이 나를 공격하거나 무시한다고 느껴지면 '드라마'를 쓰기 시작한다. 그러나 나의 뾰족한 부분들은 세상과 부딪히며 둥글게 마모가 되었기에, 나는 더는 공격성을 표출하거나 지나치게 방어적인 태도로 살아가지 않는다.

 

대신 나는 나의 마음을 가라앉혀줄 책을 찾는다. 깨달음을 얻기 위해, 나 자신을 더 잘 알아가기 위해, 내 비합리적인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 말이다.

 

무엇보다 '나'를 이해하려는 성찰이 필요하다.

 

 

 
 

사랑이 사랑을 낳듯 공격성은 공격성을 낳기 때문에 공격성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습니다. 원망하는 마음이나 복수하는 행동은 아무런 효과도 의미도 없습니다.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들 뿐입니다.

생각이 너무 많은 나에게

 

우리는 화가난다고 타인을 공격하고 매도하기보다 이성적으로 침착하게 그 문제에 대해 생각해봐야한다. 내 기분이 상한 것, 속상하고 화가난 감정이 어디서 왔는지 정확하게 짚어내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문제는 상대방이 아니라 내게 있을지도 모른다. 오해와 상황이 맞물려 일어난 일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누가 문제인지 누가 더 잘못했는지 따지는건 무의미하다. 강렬한 감정에 휩쓸려 주변을 파괴하는 건 수습하지 못할 일만 초래한다.

 

'나'를 알기 위한 명상, 호흡법. 

 

이 책의 5장에서부터는 호흡법과 명상법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준다. 사실 이 파트는 보다가 잠시 멈췄다. 호흡법과 명상. 좋기는 하지만...지금 당장 그걸 할만한 시간이 나지 않는다. 여유가 있어야 명상을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해서.

 

사실 디지털 디톡스를 하면 시간이 날지도 모르지만...나는 여전히 속세의 인간인지, 영 끌리지 않는다. 하지만 언젠간 내게 필요하겠지, 하며 책장 한켠에 책을 꽂아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