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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배의 소소한일상
[책 리뷰 / 서평] 한국 남성을 분석한다 - 루인, 엄기호, 정희진, 준우, 한채윤 본문
혹시 읽다 보면 너무 힘들어서 덮어버린 책이 있는가? 나는 웬만한 책은 끝까지 읽는 편이지만, 어떤 책들은 도저히 '완독'할 수 없기도 하다. 그 책이 아무리 좋은 내용을 담고 있어도, 나에게 불편함과 괴로움을 준다면 읽기를 중단하곤 했다. 나는 스트레스에 취약한 성향이라 감당할 수 없는 책이라면 과감히 내려놓고, 다른 책을 찾아 떠나는 축에 속했다.
이 책도 그랬다. 문장 하나하나는 날카롭고 분석도 훌륭했다. 하지만 읽을수록 괴로웠다. 너무도 생생하고, 너무도 적나라했다. 마치 보고 싶지 않은 걸 억지로 보는 느낌이었다. 실은 '남자'에 대해서 분석하고 싶지 않다. 무언가를 분석하고 들여다보는 걸 좋아한다 하더라도, 어렴풋이 알고 있는 어두운 면을 직면할 각오가 되어있지 않았던 것 같다. 좋은 것만 보고 지내고 싶은 마음과, 잘 분석되어있는 책의 내용을 갈망하는 호기심. 그 사이에서 한참 갈팡질팡했었다. 나답지 않게 말이다.
- 저자
- 루인, 엄기호, 정희진, 준우, 한채윤
- 출판
- 교양인
- 출판일
- 2017.05.26
남성성의 쇠퇴
이 책은 남성성이란 것이 본능적이거나 고정된 속성이 아님을 강하게 주장한다. 오히려 남성성은 시대와 이데올로기에 따라 만들어진 '허울'에 가깝다. 특히 한국의 남성성은 식민주의와 군사문화, 가부장제의 얽힘 속에서 규정되었으며, 이는 남성 스스로를 억압하는 구조가 되기도 했다.
과거의 남성성은 군사 문화와 결합하면서 강인함과 희생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경제적 불확실성과 젠더 이슈가 대두되면서 전통적인 남성성의 틀이 흔들리고 있다. 이 변화를 이해하는 것은 남성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근대적 남성성의 핵심이 생계 부양자로서의 역할이다. 이점은 무척 흥미로웠다. 많은 이들이 '외벌이'라는 가장의 신화가 무너졌기 때문에 남성성의 쇠퇴가 이어졌다고 하지만, 정작 망가진 건 여성의 '현실'이라고 말하기 때문이었다.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조건에 처하는 여성은 돈을 벌어도 가족 내 지위 향상을 하지 못한다.
다시말해, 생계 부양자로서 성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 남자들은, 여자들을 비난하고 혐오하거나 여자들에게 폭력을 행사함으로써 지위를 유지하려 한다.
한국 남성을 분석한다 : '남성성'이라는 허울.
한국 남성을 분석한다는 남성으로서 성 역할이 점점 불가능해졌는데도 남성으로서 지위를 유지하기를 바라는 한국 남성의 현재를 다각도에서 분석하고자 한다. 이 책의 중요한 목표중 하나는 젠더 연구로서 남성성을 분석하는 인식론과 방법론을 제안하는 것이다.
(...)
또한 페미니즘이 여성을 여자다움에서 벗어나도록 하여 자기 자신으로 살 수 있게 하는 이론이라면, 남성 역시 남자다움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사상이며 그것이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는 데 동의한다.
이 책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남성성을 단순히 생물학적 특성으로 보지 않고, 시대적 흐름 속에서 변화하는 사회적 구성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한국의 남성성이 일제 강점기, 군사독재 시기, 민주화 이후 등 다양한 시대를 거치면서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과거의 남성성은 군사 문화와 결합하면서 강인함과 희생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경제적 불확실성과 젠더 이슈가 대두되면서 전통적인 남성성의 틀이 흔들리고 있다. 이 변화를 이해하는 것은 남성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책은 한 가지 시각에만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필자들이 참여하여 각자의 연구와 경험을 바탕으로 남성성을 분석한다. 여성학적 관점뿐만 아니라, 퀴어 이론과 사회학적 분석도 포함되어 있어 남성성을 다층적으로 해석할 수 있도록 돕는다.
보편적으로 말하는 '남성성'이 생식기 만능 주의로 이루어져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있을까? 그렇지만 대략적으로 알고 있는 것과 정제된 문장으로 그 사실을 확인받는 건 내게 꽤나 큰 충격이었다.
한국 남자들이 생각하는 남자다움의 근거는 왜 생계 부양자와 보호자에 있지 않은가?
많은 한국 남자들은 왜 자신의 남성성을 페니스와 성욕에만 집중하는가?
사실 내가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남성들의 형제'애'라는 것이 얼마나 폭력적이고 폐쇄적인 부분에서 형성되는지였다. 될 수 있으면 인용을 많이 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이부분은 꼭 백업해두고 싶다.
이들의 남성적 형제애를 보증하는 것이 바로 여성의 교환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여성을 교환할 수는 없는 이들은 여성에 대한 포르노 이미지를 교환하는 것으로 대체한다. 여성의 이미지를 교환함으로써 이들은 모두가 동등한 자유민이 될 수 있다.
(...)
최근 남성들이 가상 세계에서 자신들의 공간, 자신을 환대하고 자신들이 입으로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을 발견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이다. 물론 이들이 말하는 환대는 여성적인 따뜻한 환대가 아니다. 오히려 파푸아의 남성 의례처럼 폭력적이고 굴욕적이며 욕설을 늘어놓는 그런 환대이다.
이 대목을 읽으며 끔찍한 기분을 느꼈다. 이 문장은 남성 집단 내에서 형성되는 관계의 구조를 날카롭게 분석하고 있다. 여성의 이미지를 소비하고 공유하는 것이 남성 연대의 한 방식으로 기능한다는 점은 단순한 분석이 아니라, 현실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현상이기에 더욱 불편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남성들의 커뮤니티 문화에 대한 분석도 날카롭다. 남성들끼리의 결속이 결코 따뜻한 유대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폭력적이고 위계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은 기존의 남성성에 대한 시각을 다시금 돌아보게 만들었다. 이런 문화 속에서 성장하고 형성된 남성성은 결국 스스로를 옭아매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식민지 남성성
식민지 남성성은 일제강점기라는 역사적 맥락 속에서 형성된 한국 남성성의 특수한 형태를 의미한다. 이 개념은 페미니즘과 탈식민주의 이론을 통해 발전된 것으로, 한국 남성들이 경험한 이중적인 지배 구조를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틀을 제공한다.
1. 지배받는 동시에 지배하는 남성
당시 한국 남성은 일본 제국주의 아래에서 식민지 백성으로 억압을 받았다. 그러나 가정과 여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월한 위치를 점하고 있었으며, 이를 통해 억압받는 정체성을 보상받았다. 다시 말해, 위로부터는 지배받고 아래로는 지배하는 양가적인 위치에 있었던 것이다.
2. 강한 남성에 대한 강박과 과잉 보상
제국주의의 힘에 눌린 경험은 남성들에게 강한 존재가 되고자 하는 과잉 보상 심리를 낳았다. 이로 인해 가부장성, 폭력성, 군사주의적 태도가 이상적인 남성상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현대 사회까지 이어지는 강박적인 남성성의 기원으로 작용한다. (나는 아직 대한민국의 주민등록, 남성이 마땅히 가야한다고 여겨지는 병역의 의무의 목적이 남성성 관리였다는 점이 무척 놀랍다.)
3. 민족주의와 남성성의 결합
이 시기 여성은 ‘민족의 순결’을 지키는 존재로 이상화되었고, 남성은 그 보호자 역할을 맡으며 가부장적 권위를 더욱 강화했다. 즉, 민족주의와 남성성이 결합되면서 남성 지배 구조가 더욱 공고화된 것이다.
4. 오늘날의 연장선
현대 한국 사회의 군사문화, 남성 권위주의, 여성 보호 명분 아래의 통제 욕구 등은 모두 식민지 남성성의 잔재일 수 있다.
이 책은 그 구조를 날카롭게 드러내며, 남성성의 역사적 기원을 추적함으로써 오늘날 남성성의 위기를 설명해준다.
남성성이란 무엇이며, 당신은 무엇이 되기를 선택하겠는가?
젠더는 생물학적 성별이 아닌, 사회적 의미와 역할로 구성된 정체성이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이를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으로만 이해하려 한다. 이러한 시각은 보수 정치권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양성 프로그램과 트랜스젠더 및 LGBT(성소수자) 권리에 관해 내린 행정명령에 대해 성소수자 권리 운동가들은 "위험"하며, 타국의 성소수자 권리 활동도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보수 단체들은 이를 환영하며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공공 자원이 재분배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2025년 1월 28일 메그하 모한 BBC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공식 성별은 두 가지, 남성과 여성뿐이다. 우리는 트랜스젠더 이념을 뿌리 뽑을 것이다.” 라는 발언을 꾸준히 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트럼프가 젠더란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동시에 젠더를 남성과 여성이라는 특정한 프레임으로 정의하려 한다는 모순이다. 이는 오히려 ‘젠더’라는 개념이 얼마나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것인지, 즉 젠더 자체가 역사와 권력 속에서 구성된 정치적 구조임을 드러낸다.
『한국 남성을 분석한다』는 바로 이 지점에서 남성성의 허구성과 역사성을 보여준다. 전통적인 남성성은 선천적인 본능이 아닌, 특정 사회와 시대가 만들어낸 역할의 틀이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그 틀의 경계가 흐려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남성이라는 이유로 권력을 가졌던 시대는 저물고 있다. 동시에, 그 권력을 유지하느라 감정을 억눌렀던 시대 또한 끝나가고 있다. 중요한 건 남성성을 잃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재구성하는 일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과거의 기준에 맞춰 억지로 자신을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남성성, 다양한 인간성을 포용하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일이다.
‘남성’이라는 이름에 기대어 살아온 시간이 많았다면, 이제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때다.
당신은 어떤 남성이 될 것인가?
어떤 사람이 될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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