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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배의 소소한일상
[영화 리뷰]<더 퍼스트 슬램덩크> : 스포츠에 관심이라곤 일절 없던 내가 농구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게 된 이유 본문
나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3번 관람했다. 사실 살아오면서 스포츠에 크게 관심을 보인 적이 없었다. 모든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응원하는 월드컵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다른 일을 하다가 와-! 하는 함성소리가 들리면 골을 넣었구나, 한국이 점수를 땄구나. 정도의 감상만 있는 정도였다. 새벽에 경기가 있는 날이어도 씻고 일찍 잠들기 일쑤였다. 어차피 다음날 일어나면 결과를 바로 알 수 있었으니까.
애니메이션을 자주 본대도 스포츠 장르와는 담을 쌓고 지냈었다. 뜨거운 청춘, 살을 맞대고 지지고 볶는 와중에 피어나는 우정, 라이벌과 함께 커가는 주인공… 사실 그 모든 게 너무나 넘기 힘든 진입장벽이었다. 스포츠물의 주인공과 그 중심인물들은 대체로 열정이 넘치는데, 나는 미적지근한 사람이어서 공감이 많이 안 가기도 했다.
무려 첫 관람은 예고편을 찾아보지도 않고 그냥 영화관으로 들어갔던 것에서 시작됐다.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뛰게 했던 그 소문의 애니메이션이 궁금했다.
- 평점
- 8.3 (2023.01.04 개봉)
- 감독
- 이노우에 다케히코
- 출연
- 강수진, 신용우, 엄상현, 장민혁, 최낙윤, 고창석, 나카무라 슈고, 카사마 준, 카미오 신이치로, 키무라 스바루, 미야케 켄타, 사카모토 마야, 우라 카즈키
구구절절 말했듯 나는 스포츠에 관심이 없다. 그래서 경기를 이해하기 위해 최소한의 지식은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막연히 생각만 하다 유튜브에 키워드를 검색해 지식을 습득했다.
경기 시간은 전반전 20분 후반전 20분 총 40분이다.
2점슛과 3점 슛이 있다.
이 정도만 알고 가도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원작 만화를 보지 않았어도 한 번쯤은 들어본 '슬램 덩크'
위 이미지들은 모두에게 익숙할 거다. 보지 못했더라도 "왼손은 거들뿐" 이라던가 "난 정대만 … 포기를 모르는 남자지"라는 대사, 하이파이브 짤 같은 경우는 슬램덩크의 명장면이자, 이후 많은 패러디를 낳기도 했다.
강백호, 서태웅, 정대만… 만화를 보지 않았어도 이름은 또 왜 이렇게 입에 잘붙는지 친숙하기까지 하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주인공 송태섭
슬알못인 나는 이 친구를 작년에 처음 알게 되었다. 그것도 커플링을 통해서.
송태섭에 대해서 알게된건 한나를 정말 많이 좋아하고 있다 (공식) , 고등학교 2학년 (한나랑 같은 반)이다, 키가 작다. 정도였다.
한 농구경기를 다루는데 어떻게 주인공이 따로 있을 수 있는걸까? 나는 그 점이 정말 궁금했었는데, 경기를 진행하는 중간중간 송태섭의 과거사를 끼워 넣어 송태섭이라는 인물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끔 전개가 되었다. 그럼에도 경기의 흐름을 해친다는 느낌은 없었고 오히려 과거회상을 통해 북산을 더 진심으로 응원하게 됐다. 원작을 접하지 않고 캐릭터에 애정이 없던 저마저 홀딱 빠질 정도였는데 원작 팬들은 얼마나 감동이었을지 너무 부럽다....😭
성장하는 한 소년에 대한 이야기
더퍼스트 슬램덩크는 북산vs 산왕공고의 경기와 송태섭이라는 캐릭터의 과거 회상이 교차편집으로 이루어져 진행이 되는 영화다. 회상을 통해 송태섭이 농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 산왕공고와의 경기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알 수 있는데, 깊이 있고 세밀한 서사가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극대화시키는 장치가 되었다.
세상에 이야기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은 없다. 모두 각자의 서사와 사연이 있다. 타인의 이야기를 들여다볼 기회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지만, 더퍼스트 슬램덩크는 송태섭이라는 캐릭터가 거쳐온 무겁고 진지한 이야기를 관객에게 풀어준다.
송태섭은 아주 어릴적에 아버지를 여의게 된다. 송태섭의 어머니는 갑자기 세 자녀를 홀로 키워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었고, 슬픔에 잠긴 어머니에게 의지가 되기에 아이들은 너무 어렸다. 그런데도 송태섭의 형 송준섭은 장남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가진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송준섭은 송태섭에게 이런 말을 한다.
이제 내가 우리집 주장이고, 네가 부주장이야.
우리가 엄마를 지켜줘야 돼.
그게 말이 되니 너희는 어린이잖아...
그러나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송태섭의 형 송준섭마저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가족의 죽음을 연달아 겪은 송태섭은 그 어린 나이에 자신의 형이 그러했듯 막중한 책임감을 떠안는다. 송태섭이 농구에 열중하는 모습은 형의 그림자를 쫓는 것처럼 느껴진다. 재능이 있던 형에게 배웠던 것, 형과 했던 놀이, 형을 그리워할 매개체가 전부 농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미 떠나버린 형과 비교를 당하더라도 포기하지 않는 것, 형과 같은 등번호를 달고 있는 것 모두 그가 얼마나 형을 의지했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개중 가슴이 가장 먹먹했던 장면은 송태섭이 산왕과 경기를 치르러 가기 전 송태섭이 어머니에게 편지를 쓰는 장면이었다. [살아있는 게 형이 아닌 나라서 죄송해요.] 라는 내용의 편지는 결국 전해지지 않고 구겨졌지만, 살아있는 게 자신이 아닌 형이었다면 어머니의 속을 덜 썩이지 않았을까, 문제아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자신이 아닌 의젓한 형이 살아있었다면 가족이 더 화목하지 않았을까… 오랜 시간 수많은 가정 속에 갇혀 끙끙 속앓이만 했을 어린 소년의 마음을 헤아려보면 뭉클한 감정이 끓어오른다.
산왕과의 경기는 북산에게 큰 장벽이었다. 산왕은 농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고교팀일 정도고, 고교 농구계 넘버 1 선수라는 평가를 받는 정우성 선수도 있으니까. 북산은 가볍게 밟고 올라갈 어중이떠중이로 보고 있었음이 캐릭터들의 짧은 대화로도 짐작할 수 있었다.
당연히 긴장하고 기가 팍 죽을 수 밖에. 산왕의 밀착수비로 송태섭은 정말 고생한다. 떡대 둘이서 조그만 브로콜리를 막고 있는 것이, 보는 것만으로도 숨 막힐 정도였다. 그때 북산의 매니저인 한나가 외친다.
뚫어, 송태섭!
너무 기가막힌 것은, 뚫으라고 하니 송태섭이 뚫었다는 거다. 이기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한나가 손바닥에 매직으로 써준 넘버원 가드라는 글자를 보면서 호흡을 가다듬고, 뚫을 수 없을 것 같은 그 상황을 어떻게든 헤쳐나간다. 경기를 진행하는 그 찰나의 순간에도 송태섭은 성장해 나간다. 송태섭이 산왕의 수비를 뚫었을 때 느껴졌던 전율은 단순히 경기의 흐름을 바꿨기 때문이라고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산왕의 수비를 뚫으면서 동시에 드리워져있던 형의 그림자마저 벗어던진 것 같았다. 형과 같은, 형을 닮은 사람이 아니라 북산의 송태섭으로서 온전한 자신으로서 경기에 임하는 모습을 보며 해방감마저 들었다.
마무리하며...
경기가 끝난 후 송태섭은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정확히는, 집 근처의 해변으로 향하죠. 바다를 보고있는 어머니 옆에 앉아 어색하지만 두런두런 얘기를 한다. 경기는 어땠는지, 잘 다녀왔는지... 그런 것들. 자리를 털고 일어나면 그의 어머니는 문득 이런 말을 한다.
"키가 좀 컸나?"
송태섭은 고작 며칠만에 키가 클리 있냐며 투덜댄다. 별 의미 없이 흘러가는 말이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저는 송태섭의 어머니가 그제야 아들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로 다가왔다.
처음에는 태섭의 어머니가 태섭에게 첫째인 준섭을 투영해봤고, 그랬기에 태섭이 농구를 하는 걸 기껍게 받아들이지 못한 것 같았다. 저 대사도 여즉 첫째 아들을 둘째 아들에게 투영해 보다가 이제야 그 그림자를 걷어내며 하는 말인 줄 알았다.
하지만 곱씹어 생각해보면, 애초에 어머니는 투영을 일찍 끝냈을지도 모르겠다. 단지 첫째의 죽음이 그 가족들에게 너무 큰 트라우마라서 모든 걸 덮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첫째 아들, 그리고 첫째 아들을 연상케 하는 모든 것을 치우고 싶어 한 것은 아니었을까.
키가 좀 컸나? 송태섭을 보고 한 말은... 어쩌면 이제야, 이렇게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슬픔과 고통 그리움과 애환이 담긴 과거에서 몇걸음 떨어져 나와 현실에 머물 수 있게 되었기에, 아들이 많이 자랐음을 인지하게 된 것은 아닐까 추측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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