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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베놈:라스트 댄스> : 죽음이 둘을 갈라놓을 때까지. 본문
24년 11월 03일 관람
베놈 관람을 너무 많이 미뤄왔다. 개봉은 했는데 언제쯤 보러가나, 차일피일 미루던걸 드디어 그만두기로 했다. 티스토리로 블로그를 이주하면서 이전에 내가 작성했던 베놈2의 리뷰를 봤는데, 물론 나는 <베놈 2 : 렛 데어 비 카니지> 액션을 즐겼고, 베놈과 에디의 티키타카에 웃음을 터뜨렸지만 솔직히 기대 이하의 영화로 기억하고 있다. 짧은 상영시간, 시작과 끝사이에 어설프게 끼어있는 작품이라는 게 여실히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 시리즈가 말하고자 하는 게 무엇일까? 나는 베놈이 외로운 이방인에 대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심비오트는 명백히 이방인이자 외계인이다. 지구에 섞일래야 섞일 수 없는 이질적인 존재가 지구에서 살아가기위해 아등바등한다. 숙주와 심비오트의 공존은 이해와 배려를 필연적으로 동반한다.
당연히 이 영화는 이방인에 대한 영화다. 하지만 극장에서 Memories 노래가 울려퍼질 때, 나는 베놈 시리즈를 정의하던 여러 개의 단어 중 하나를 집어 가장 앞부분으로 가져왔다. 이 영화의 가장 우선시되는 가치는 바로 사랑이다.
베놈은 히어로물이 아니다. 정확히는 히어로 장르가 차지하는 비율이 한 20-30%정도는 되는 것 같다. 이 영화는 내내 사랑에 대해 말하고 있다. 1편부터 3편까지 전부. 이건 베놈과 에디의 사랑 이야기이며 드라마고 낭만적인 피날레다. 죽음이 둘을 갈라놓을 때까지. 나는 이 캐치프라이즈가 정말 마음에 든다. 죽음이 아니라면 그들을 가를 수 있는 역경 따위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테니까.
- 평점
- -
- 감독
- 켈리 마르셀
- 출연
- 톰 하디, 치웨텔 에지오포, 주노 템플, 리스 이판, 페기 루, 알라나 우바치, 스티븐 그레햄
영화 베놈: 렛 데어 비 카니지는 2018년 개봉한 베놈의 속편으로, 앤디 서키스 감독이 연출을 맡고 톰 하디가 다시 한 번 주연을 맡았다. 전편이 베놈과 에디 브록의 공생 관계를 다뤘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두 캐릭터 간의 관계가 더욱 발전하며 감정적인 갈등과 화해를 보여준다. 단순한 액션 영화가 아니라 관계와 유대감이라는 주제를 색다르게 풀어낸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이 글에서는 영화의 주요 테마인 관계와 유대를 중심으로 작품을 분석해보고, 그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메시지를 탐구해보고자 한다.
기대감 0% , 어차피 베놈은 계속 존재할 거야.
이 영화는 베놈 시리즈 3부작의 마지막이다. 나는 베놈 2의 쿠키영상을 보고 베놈 3가 나와도 어차피 멀티버스로 편입되어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시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볼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러니 <베놈: 라스트 댄스>에 대한 기대감은 거의 바닥에 가까웠다. 마지막 시리즈임에도 기대가 되지 않았다고 해야 할까. 베놈 2의 쿠키영상을 보지 못한 분들을 위해 쿠키 영상을 첨부해 둔다.
베놈 2 이후 <스파이더맨 :노웨이홈>에서 기대와 달리 베놈이 출연하지는 않았지만 마블 영화에서 쿠키 영상이 제 몫을 못한적은 없었기에 큰 걱정이 되지는 않았다. '베놈'이라는 캐릭터의 가치만 두더라도 딱 3부작으로만 끝내기에는 아까울 테니까. 영영 퇴장하지 않을 캐릭터의 마지막 솔로 무비에 대한 감상은 무엇이겠는가? 나는 안일한 감정이 우선적으로 들었다. 어른들의 사정으로 인해 집 나간 지 오래되었던 여러 거미맨들이 귀환하는 게 반갑지 않을 리 만무하지만 팬이자 소비자의 입장에서 느슨하게 안심이 된 것도 사실이다. 액션, 히어로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스릴'이다. 이길 듯 말 듯, 생과 사를 오가면서 싸우는 영웅들을 보며 그들을 응원하게 되고 절박할 때에 다시 일어나는 모습을 통해 일종의 해방감을 느끼는 것.
베놈 2의 쿠키영상을 통해 베놈의 멀티버스 진출은 기정사실이 됐다. 솔로무비에서의 퇴장이 그다지 슬프지 않을 거라는 걸 미리 아는 건 긴장감과 기대감을 수직하락시켰다. 그나마 팬의 '의리'로서 한 번쯤은 보러 가긴 해야지.라는 감상을 남기기나 할 뿐.
베놈 시리즈가 저평가되는 이유.
베놈 1에 비해 베놈 2는 여러 가지 질타를 받았다. 당연하다. 나도 <베놈 2 : 렛 데어 비 카니지>를 관람한 뒤에 한동안 찜찜함을 지울 수 없었다. 실제로 꽤 재미있게 본 영화 중 하나인데도 나는 여전히 그 영화를 대단했다, 수작이다라고 표현할 수 없다.
베놈-에디의 티키타카는 유쾌하고 즐거웠지만 액션은 조미료를 덜 넣은 수프처럼 부족했고 악역들은 매력이 없었다. 심지어 짧은 러닝시간 탓에 이야기의 흐름은 빨리 감기나 건너뛰기를 한 것처럼 맹숭맹숭했다. 무릇 히어로물은 빌런과 히어로 간의 팽팽한 긴장감, 주고받는 케미가 중요한 법인데 베놈 2에서는 그 부분이 전혀 충족되지 않았다. 카니지는 에디와 베놈의 부부싸움에 낀 철없는 아들 같았고 그가 목소리를 낼 때 에디와 베놈은 “너는 끼어들지 마, 조용히 있어!”라고 언성을 높이는 보호자 같았다. 한마디로 <베놈 2 : 렛 데어 비 카니지>는 히어로 액션 영화를 보러 온 관객의 니즈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거다.
베놈 2와 마찬가지로 히어로 액션영화만을 바란 관객이라면 <베놈: 라스트 댄스>도 맞지 않을 거다. 이 영화는 방대해진 세계관을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 (지금 생각해 보면 못한 것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적들은 공포스러우면서 끝까지 거의 미지의 존재로 남아있다. 악을 완전히 물리친다는 시원한 사이다 같은 전개도 없다. 단지 에디와 베놈, 인간과 심비오트의 사랑과 유대감, 그들의 감정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사실 이미 베놈 2에서부터 감독은 핸들을 꺾고 목적지가 바뀌었다고 공표한 거나 다름없다. 베놈과 에디는 단순한 인간과 외계 생명체의 결합이 아니라, 마치 동반자 혹은 가족과도 같은 관계를 형성한다. 이들은 서로에게 의존하면서도 끊임없이 갈등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마치 인간 관계에서의 갈등과 화해를 연상시킨다. 영화는 이를 코믹하면서도 감성적으로 그려내며, 관객에게 관계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관계와 유대에 대한 독특함, 사랑은 예상하지 못한 때에 재앙처럼 밀려들어온다.
베놈이 에디를 차지하는 건 침략에 가깝다. 실은 누가 이빨이 칼날처럼 날카롭고, 눈꼬리가 관자놀이까지 찢어져있으며 눈알은 번들거리는 안경알 같고, 시끄럽고, 무지하고, 대책 없으며, 혓바닥은 길고, 인간의 뇌를 먹어야만 살 수 있는 존재를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심지어 그게 내게 기생하기까지 한다면! 1편에서 에디는 전적으로 베놈에게 휘둘린다. 에디가 적극적으로 원하지 않더라도 둘은 공생을 시작하게 된다. 초반에 그는 공생에 적극적인 스탠드를 취하지 않는다. 베놈은 금방 너=나=우리라는 결정을 내렸지만 에디의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갑작스러운 일의 연속일 뿐이다. 하지만 사랑이 어떻게 언제나 부드럽고 온건하며 상냥하기만 한단 말인가! 그들은 너무 다르면서도 너무 비슷하고, 때로는 힘을 합치고 때로는 갈등하기도 한다. 무릇 사랑을 하는 사람들이 다 그러하듯이.
난 베놈이다.
너는 내 거야.
베놈 2에서 둘의 관계는 더 확실해진다. 영화에서 정확하게 의도된 연출을 보여주므로 어렵지 않게 받아먹을 수 있는 정도였다. 에디와 공생하며 베놈은 조금 더 인간적인 면모를 가지고 성장한다. 베놈은 자유를 갈망하게 된다. 바람을 느끼고 발가락에 모래를 느끼면서, 더 이상 이방인으로서 살고 싶지 않아 한다. 2편에서 베놈과 에드는 그야말로 지지고 볶는, 오래된 커플 같은 모습을 보인다. 특히 베놈이 에디의 코를 두 번이나 깨뜨리고 온 집안을 풍비박산 낸 뒤 혼자 나이트클럽 파티에 간 장면은 두고두고 떠오를 만큼 이 영화의 방향을 보여준다.
에디는 틀렸어! 그는 내가 부끄러워서 날 숨기고 있었지만 지금 나를 봐!
너희들은 날 사랑해! 난 자유로워!
베놈은 이 파티에서 자유를 느낀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 자신의 말에 환호를 해주는 것. 타인에게 인정받고 온전한 나 자신으로 있을 수 있다는 것. 이 장면에서 베놈은 가히 이방인의 상징이다. 그는 비주류로 낙인찍힌 사람, 정상이 아닌 비정상이라고 분류된 사람과 동일시된다. 베놈은 자유를 만끽한다. 그러면서도 베놈은 에디를 그리워한다. "오늘밤 너도 나를 봤어야 했는데, 에디."라는 대사는 절절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들의 마지막을 위하여!
희생이란 고결하고 아름다우며 매우 이타적인 동시에 이기적이기도 하다. 나보다 너를 더 위하는 마음. 앞으로 내가 곁에 없다 해도 네가 무너지지 않을 거라는 막연한 믿음. 베놈은 죽음이 싫다고 이야기를 했으면서 영화의 마지막이 되어서는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포기하고 에디를 살리는 것을 택한다. 에디는 베놈과 함께 죽음을 택하려 했지만 내내 우리는 하나라고 떠들어대던 베놈은 에디를 위험 바깥으로 밀어낸다. 베놈은 에디가 혹시 산성액과 폭발에 휘말릴까 봐 에디의 몸 위로 부서진 건물의 잔해 같은 걸 올려둔다.
함께 하자며. "우리"가 베놈이라며. 같이 자유의 여신상을 보러 가자며. 많은 생각이 스치는 장면이었다. 베놈은 소멸해 가면서도 에디를 지키고 싶어 한다. 심비오트는 숙주의 생각을 읽을 수 있어서일까? 에디의 생각, 기억, 감정, 행동 등 전부 낱낱이 알고 있기 때문에 베놈은 에디를 살려둘 결심을 했을까? 그건 모를 일이다. 그 사랑의 깊이를 나는 감히 짐작하지 못하겠다. 상대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는 마음이란 뭘까? 참 어렵다. 그 선택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남겨진 사람의 참담함과 그리움에도 막연한 공감을 느낀 다는 것은.
베놈이 제노페이지를 감싼 채로 산성액에 젖은 데다가 폭발에 휘말려 죽은 이후, 에디는 병실에서 무사히 깨어난다. 그는 베놈이 완전히 그에게서 떨어져 나갔으며 지금까지 벌어진 일을 함구하는 대가로 평범한 삶을 약속받는다. 에디는 말한다. "나는 그가 필요해요."라고. 일 년간 말 그대로 쭉 함께 지내던, 가벼운 말일지언정 함께 미래를 약속하는 사이였던 그들이었기에 이 대사는 더 절절하다. 상실감, 공허감. 에디가 느끼는 그 감정을 다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세상에 존재하기는 할까.
침략으로 시작해 헌신과 희생으로 끝나는 사랑이라니. 불꽃처럼, 예측할 수 없게 몰아치고 영영 잊지 못하게끔 타격을 주고 이대로 사라진다니. 몰아치는 감정을 소화하느라 영화의 후반부는 먹먹한 채로 관람했던 것 같다. 영원이라는 헛된 것에 희망을 걸었구나, 싶기도 했다.
영화관에서 나오고 감상을 글로 정리할 때가 되니 다시 언젠가 나오겠지.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지만 말이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로 영입하기 위해 베놈의 빌드업을 너무 많이 해놨다. 아마도 에디가 아닌 진짜 스파이더맨, 피터와 협업할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대상은 평행세계의 에디가 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내가 알고있는 두 존재의 협업은 끝났다. 다시금 그들이 스크린에 등장한다해도 지금과 같지는 않을 것이다. 마블이 울버린을 다시 살렸지만 이전의 로건이 아니라 평행세계에 존재하는, 완전히 다른 인물로 그려낸 것처럼.
사실 이 영화의 짜임새는 그다지 훌륭하지 않다. 몰아치는 세계관, 잘 모르겠는 제노페이지, 들쭉날쭉한 주연캐릭터들의 성격 따위를 그 예로 들 수 있다. 하지만 오로지 사랑으로만 비추어본다면, 이 영화는 무척이나 훌륭하다. 로맨스 영화에 액션까지 얹어주는 격이다. 영화를 감상하면서 우리는 단순한 액션 이상의 의미를 찾을 수 있으며, 인간 관계에서의 소통과 이해의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슈퍼히어로 영화 속에서 관계의 본질을 탐구한 이 작품이, 단순한 오락을 넘어 깊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 <베놈 2: 랫 데어 비 카니지> 리뷰▼
[영화 리뷰] <베놈2: 랫 데어 비 카니지> : 사랑을 했다~ 우리가 만나~♬
+ 2021.10.19 글을 티스토리로 옮겨 오면서 일부 첨삭했다.베놈3 리뷰 쓰고있음!ㅎㅎ재밌었다. 이번 영화는 눈 뜨자마자 이른 아침에 보러갔고, 포토티켓을 뽑았었다! 동생과 함께 가서 두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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