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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배의 소소한일상
[영화 리뷰] <조커: 폴리 아 되> : 환상은 결코 현실이 되지 못한다. 본문
24년 10월 05일 관람.
나는 조커 1편을 보지 않았다. 할로윈데이에 수많은 사람들을 계단 위에서 춤추게 한 영화의 파급력은 놀라웠지만 DC보다는 마블 파였기 때문에 애초에 DC의 영화를 많이 본 적이 없다. 몇몇개는 그냥 흘려보내고, 그마저도 친한 사람이 보러 가자고 할 때만 가는 편이었다.
이번 조커2에 관심이 가게된 건 극과 극의 관람객 평점을 보고 난 이후였다. 어떤 사람은 1점도 아까운 영화라고 욕했고, 또 어떤 사람은 5점의 영화라고 극찬했다. SNS는 그야말로 불타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막연한 호기심만 안고 조커 폴리 아 되의 예고편도 보지 않은채, 결심한 당일 늦은 밤에 극장으로 달려갔다.
- 평점
- -
- 감독
- 토드 필립스
- 출연
- 호아킨 피닉스, 레이디 가가, 브렌단 글리슨, 캐서린 키너, 재지 비츠, 스티브 쿠간, 해리 로티, 리 길, 켄 렁, 제이콥 로플랜드
살인마, 아서 플렉
아서 플렉은 5명을 살인한 죄로 구금되어 있다. 영화의 초반 분위기는 눅눅하고 절망적이며, 잿빛이다. 어떠한 유머도 어떠한 즐거움도 없다. 앙상하게 마른 아서 플렉의 모습은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조커1편을 본 관객들을 사로잡았던 매력적인 악당 조커는 그곳에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저 우울한 살인마, 아서 플렉만이 존재할 뿐이다.
아서가 잿빛 복도를 걸을 때 교도관 한명이 따라와 계속해서 아서에게 질문한다. 잼얘, 잼얘 좀, 오늘은 잼얘 없어? 라면서. 거기에서 하나 유추해 볼 수 있는 것이 있다. 아서는 교도관들의 잼얘자판기라는 걸 말이다. 정확히는 아마 그의 유쾌한 면인 '조커'가 평소에 교도관들과 시시콜콜한 농담을 나눴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영화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아서 플렉은 잼얘고 뭐고 교도관들을 상대하기 싫다는 듯이 그저 다 먹금한다.
꿈을 꾸는 것과 같은 낭만적인 사랑. 리 퀸젤과 조커
아서는 B병동에서 리 퀸젤을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은 첫만남에서부터 서로에게 이끌리게 된다. 환상적이고 달콤하게, 마치 운명처럼.
아서는 리와의 첫만남 이후로 리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생긴다. 그는 리가 가정폭력의 피해자이며 자신과 같은 동네에서 자랐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픔을 공유할 수 있는, 온전한 이해자가 생긴다는 것. 아서는 무엇보다 리가 자신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에 푹 빠진다. 그들은 서로 노래한다. 어떨 땐 그들의 망상에서, 어떨 땐 현실에서. 노래는 리와 아서의 사랑을 이어주는 징검다리이자 환상이며 그 자체로 둘의 사랑을 의미한다.
두사람의 노래는 환상과 현실을 오가면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꿈속을 걷는 몽롱함. 현실과 교차되는 환상을 보며 아, 아서의 정신상태가 정말 온전하지 못하구나, 느꼈다. 영화의 흐름은 공상과 망상에 사로잡힌 아서의 정신 상태를 관객에게 체험시켜준다.
조커를 원하는 사람들.
영화는 내내 이야기한다. 조커는 존재하는가? 그렇다면 아서 플렉은 대체 어디에 있는가?
조커는 남이 바라보는 아서다. 살인마, 반항, 체제에 불응하는 아이콘, 유쾌한 농담을 하는 희극인.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달라며 아서를 따라다니는 교도관도, 아서에게 사랑을 속삭이던 리도, 조커의 가면을 쓰고 아서 플렉의 제판을 찾아간 추종자들도 아서가 아닌 조커를 원한다. 이들에게 아서 플렉은 단지 '아서 플렉'으로서 존재할 수 없다. 조커의 시작이 아서의 의지였어도 조커의 끝은 아서 스스로 낼 수 없는 셈이다. 세상이 그를 조커로 남아있길 원하고 있으니까.
아서는 계속해서 자신으로 남아있고 싶어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리는 아서가 조커로 남아있기를 바랐다. 사실 리에게는 가정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도 없고, 가난도 없었다. 그는 부유한 가정 출신이고, 평탄하게 자랐다. 정신과를 전공한 그는 그저 조커에 감응하여 아서에게 접근했을 뿐이었다. 아서가 현혹될만한 거짓말을 하면서 말이다.
이 영화 이런 점이 무척 독특하게 느껴졌다.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할리퀸은 조커에게 끌리는, 미치광이를 사랑해 자신까지 기꺼이 놓아버리는 헌신적인 면모를 보이는데 <조커: 폴리 아 되>의 할리퀸은 아서의 존재를 철저하게 지우고 조커를 남겨두고 싶어한다. 그의 희생은 없다. 포기를 해야하는 쪽은 아서 플렉이다.
리에게 떠밀려, 추종자들에게 떠밀려 아서는 조커가 된다. 하지만 그는 나중에 스스로 말한다. 조커는 없다고.
조커는 없어.
그래, 세상에 조커는 없다. 조커는 아서 플렉이 연기하는 일부분일 뿐이다. 아서는 조커에 열광하는 사람들에게 밝혔다. 그 말은 절규처럼 들렸다. 자신이 사람을 죽였다는 걸 고백하는 순간, 자신의 어머니까지 5명이 아니라 6명을 살인했다고 밝히는 아서 플렉은 깊이 후회하고 지치고 피로해보인다. 무엇보다 사람이 참 초라하고 작아보였다.
아서의 말에 실망한 리는 아서를 떠난다. 영화 후반부 아서는 정처없이 길을 걷다가 익숙한 계단 앞에서 리를 발견한다. 1편에서 춤을 추며 내려오던, 그 높고 가파른 계단이었다.
아서는 리를 발견하자마자 처절할만큼 허겁지겁 다가가서 말을 건다. 아서는 리에게 앞으로 둘이서 어떻게 살아가야할지를 말하고 싶어한다. 미래를 계획하고, 사랑이 여전히 그자리에 남아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리는 네가 조커가 없다고 하지 않았냐며 선을 그어버린다. 그가 사랑한 것은 초라한 살인마 아서 플렉이 아닌 조커였으므로. 아서는 대화를 하고 싶어하지만 리는 노래를 부른다. 아서의 정신병적인 조커와 그가 이어지는 순간. 그들이 공명하는 순간을 추억하듯이 말이다.
말을 해줘, 노래는 그만하고…제발.
아서는 대화를 원했고, 리는 노래를 원한다. 리는 공명을 바라지만 아서는 더이상 망상과 자기연민, 거짓으로 점철된 연기를 하는 것을 거부한다. 노래로 시작해 노래로 끝나는 사랑. 환상이 벗겨지자 비참한 현실만 드러난다. 아서는 좌절한다.
아서 플렉은 그렇게 영영 사랑을 받지 못한채로 삶을 마감한다. 갑작스럽고 허무하게, 아무런 존재도 아닌 것처럼 덧없이.
확실히 일반적인 빌런 솔로무비같진 않았다. 되려 이 영화는 조커에 대한 열망을 가진 사람들을 철저하게 짓뭉겐다. 조커는 대단한 인물이 아니며 나약하고 병든 인물이고 결국 쇠락해버릴 일개 인간이라고. 당신이 열광하는 건 단지 허상이라고. 조커가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줄 수는 있지만 결코 영원하지는 않다고 말이다.
그렇기에 조커에 열광했던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최악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아서 플렉이라는 한 사람의 삶을 조명하는 이 영화에 꽤 만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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