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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배의 소소한일상
[영화 리뷰]<샹치 : 텐 링즈의 전설>: 난은 왜 샹치에게 엄마를 닮았다고 했을까? 본문
+2021.10.24 포스팅을 티스토리로 옮겨옴. 내용 추가, 본문 말투 수정!
와 샹치 21년에 1편 나왔는데 2편언제주냐 제발 2편 줘 PLZ

이 포스팅은 제목과 같은 의문에서부터 시작됐다. 배우들이 공개되었을 때부터 ‘엄마아빠의 유전자는 어디로갔냐’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고 한편으로는 아예 배우가 마음에 들지 않아 관람을 하지 않겠다는 평도 있을 정도로 말이 많았었다. 극중 난의 발언은 관객들에게 한번 더 불을 지핀다.
난은 탈로에 도착한지 얼마 되지 않은, 빼어난 미인인 부모님중 그 누구도 닮지 못한 울끈불끈 감자도리 주인공의 뺨을 쓰다듬으며 아련한 눈빛으로 말한다.
너는 엄마를 닮았구나.

왜 샹치의 이모 ‘난’은 바로 옆에 엄마와 아빠를 빼다박은 샤링이 있는데 엄마는 물론 아빠의 외적 특징을 요리조리 전부 피해간 샹치에게 굳이 엄마를 닮았다는 말을 했을까? 닮은걸로 치면, 샤링에게 그런 말을 건넸어야 아구가 맞지 않았을까? 이건 그냥 단순한 주인공 보정or 장남 보정이었을까?

아니면 설정상 정말 닮았다는 그런 느낌? 알아서 이 설정으로 알아들어라.는 강요?
샹치를 재미있게 보고 온 사람들조차 이 장면을 두고는 억지같아보인다는 평이 대다수다. 영화관에서 관람할 때 어딘가에서 ‘풋’ 웃음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그만큼 이 장면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어딘가 어색하고 조화롭지 못한 장면이었다.
나도 처음에는 ‘엥 너무 억지아니냐’ 라고 생각했는데 2회차를 뛰고 난 뒤에는 그 장면이 마냥 뜬금없는 않은것 같다고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 장면은 보이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영화가 던지는 메세지와 함께 고찰해봐야한다.
- 평점
- 5.1 (2021.09.01 개봉)
- 감독
- 데스틴 다니엘 크레톤
- 출연
- 시무 리우, 양조위, 아콰피나, 양자경, 장멍얼, 진법랍, 원화, 플로리안 문테아누, 앤디 러, 폴 W. 허, 제이든 장, 엘로디 퐁, 아놀드 순, 차이친, 조디 롱, 달라스 제임스 리우, 로니 치엥, 페르난도 치엔
지극히 동양적인 샹치 세계관

샹치는 기본적으로 마블 유니버스에 발을 걸치고 있지만, 독자적인 세계관이 있다. 고대 중국을 거쳐 동아시아 전반에 영향을 끼친 태극 사상. 영화는 내내 이를 설명하고 있다. 우주는 음과 양으로 이루어져있지만, 그는 서로 대립하는 존재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요소고 음과 양이 합쳐져 더 큰 차원의 태극을 이룬다는 것이다.

검은색은 악(음) , 흰 색은 선 (양) 이다. 그러나 검은색 안에도 흰 색이 있고, 흰 색의 안에도 검은색이 존재한다. 따라서 악 안에도 선이 있고, 선 안에도 악이 있다. 둘은 극명히 나누어지는 이원론적인 존재가 아니다.
영화는 태극사상과 아울러 태극권 또한 잘 설명하고 있다. 웬우는 힘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홍가권을 사용하는데, 잉리를 포함한 탈로의 사람들은 태극권을 쓰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찍어누르듯 힘을 실어 강하게 공격하는 홍가권과 다르게 태극권은 태극사상과 더불어 노자의 유약 사상이 근간을 이루는 무술이라 둘의 성격과 가치관 차이가 기술로 드러난다.
부드럽고 약한 것이 굳세고 강한 것을 이긴다.
― 『도덕경』 36장
노자는 외유내강을 강조하고 있다. 이가 이루어졌을 때 비로소 이유제강(以柔制剛), 즉 부드러움으로 굳셈을 제압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잉리가 웬우의 공격에도 쓰러지지 않고 맞받아치고, 결국엔 웬우가 잉리를 한번도 이길 수 없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너는 곧 네 어미니고 원하든 원치 않든 네 아버지이기도 해."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태극사상과, 동양철학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한다. 선은 샹치의 엄마(잉리), 악은 샹치의 아빠(웬우)로 극단적인 예를 들어가며 말이다. 이를 간접적으로만 표현하지 않고 캐릭터들의 입을 빌려 말하기도 한다.
선은 잉리, 악은 웬우로 표현이 된다면'인간은 온전한 선, 온전한 악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를 설명하는 캐릭터는 영화의 주인공인 샹치다. 선과 악이 만나 이루어진 샹치는, 클라이막스에 다다를 때까지 선도, 악도 재대로 대면하지 못하고 도망치는 인물로 표현이 된다. 정확히는 어머니가 알려준 선은 잊고, 아버지가 알려준 악에서는 도망쳐 외면하려고 한다. 샹치는 그 둘을 모두 잊어버린 것처럼 행동하고, 실제로 없던 일로 만들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속으로는 누구보다 가족의 결합을 원하는데도 불구하고.
샹치는 7살때부터 14살때까지 교육을 빙자한 학대를 받으며 자랐다. 가장 가족의 보살핌이 필요했던 시절, 엄마를 잃은 슬픔이 가시기도 전 웬우는 그를 복수의 도구로 키웠다. 샹치는 이 때문에 아버지라면 치를 떨고 껄끄러워하고, 싫어하고, 동정하면서도 결의를 다질 때 아버지가 알려준 방식을 떠올린다. "피는 피로서 갚아야 해." 웬우의 가르침은 결국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든다.
그렇지만 샹치는 웬우를 이기지 못한다. 아버지를 받아들였지만, 어머니는 받아들이지 못한 탓임을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샹치는 웬우의 가르침처럼 힘으로 그를 찍어누르려 하지만 전세가 역전된 건 샹치가 엄마에게 배운, 탈로에 와 이모가 되짚어준 가르침을 떠올렸을 때부터였다.
샹치는 본인에게 깃든 선과 악을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을 때 내재되어있던 진정한 힘을 끌어올릴 수 있었고, 아버지와 대등하게 맞설 수 있었니다. 그 예전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그래서, 난은 왜 샹치에게 엄마를 닮았다고 했을까?
다시 처음의 의문으로 넘어왔다. 그래서 난은 왜 샹치에게 엄마를 닮았다는 말을 했을까? 이는 동양특화인 세계관을 짚어보고, 이해를 했다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난은 귀여운 감자도리 주인공의 얼굴이 잉리를 닮았다고 이야기 한 게 아니다. 탈로의 사람들은 무공을 익히고 단련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외적인 요소보다 그 사람이 품고있는 기(氣)를 더 중요시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샤링은 외적으로 샹치보다 잉리와 웬우를 닮았지만 기(氣)를 따져보자면, 잉리보다는 오히려 웬우와 가까운 인물이다. 아빠의 제국에 속하지 못한다면 자신만의 제국을 세우겠다며 가출하고 얼마 되지도 않아 자신만의 필드를 완벽하게 구축한다. 뿐만아니라 관리도 잘한다. 자신만의 신념이 확고할뿐더러, 회피만 하는 샹치와 다르게 이름도 바꾸지 않고 어디 볼테면 봐보라는듯 배짱도 두둑하다.
이런 샤링과 다르게 샹치는 온갖 훈련을 다 견뎌냈음에도 결국 도피를 선택한다. 어두운면을 직면하는 걸 굉장히 힘들어하고, 첫 임무를 해냈을 때도 죄책감에 휩싸여 마음이 무거웠을게 뻔하다. 샹치는 야망을 타고나지 않았고, 욕심도 없는데다 과거를 덮어두고도 커다란 사고조차 치지 않고, 평범하게 삶을 영위하고 싶어한다. 이러한 온화한 품성은 잉리에게 물려받았을 것이다. 남을 지키고자 하는 면과 누군가를 해치고 싶지 않아하는 바른 품성을 알아보고, 난은 샹치에게서 자신의 자매를 떠올렸을거다. 온화하고 부드러운면서 누구보다 강했던 그를.
마무리하며...

이렇게까지 해석했고 받아들인 장면이지만 그래도 조금 꼴받긴 하다.
주인공이니만큼 샹치가 주목받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쑤 샤링의 서사가 빈약하지 않았음에도 나름 '괜찮은 역할'이 주어진건 쿠키영상에서 뿐이었다. 그것도 샤링이 앞으로 '텐링즈'의 지도자일 것이고 언젠가 활약한다는 통보정도였으니 아쉬울 따름이다.

천년의 꼰대인 아버지에게 어머니를 떠올린다며 외면당하고, 여자이기때문에 제대로된 훈련을 받지 않았음에도 샤링은 훌륭한 전사이자 야망이 넘치는 캐릭터다. 승부에 냉혹하고 타인을 없애는데 망설임이 없는 걸 보면, 상황 판단이 빠르고 민첩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저런 면을 봐도 미니웬우라고 표현할 수 있을만큼 텐링즈에 어울리는 리더상인데 능력이 출중함에도 불구하고 외면을 당했다니 웬우의 꼰대 압바력은 경탄스러울 정도다.
에휴
그렇지만 꼰대아빠력을 접어두고라도 웬우는..여러면에서 아버지에는 부적합한 인물이다. 어쩌면 남편으로서의 자질도 부족했던 것 같다....잉리... 결혼생활이 힘들다면 당근을 흔들어줘
샹치를 너무너무 재미있게 봤고, 양조위가 연기한 웬우에 미쳐서 웬우도 이런저런 분석을 하고 뜯어먹고 있지만... 단점이 아예 없는 영화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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