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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배의 소소한일상
[책 리뷰/서평] 프랑켄슈타인-메리 셸리 본문
내가 프랑켄슈타인 책을 읽게 된건 한 영화로부터 시작됐다. 베네딕트 컴버배치 주연의 <프랑켄슈타인>(2019,공연실황)이었다. 프랑켄슈타인의 내용이 너도나도 알 정도로 유명하다보니 사실 원작인 소설을 볼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 공연 실황 영화가 내 생각을 송두리째로 흔들어놓았다.
신이여, 진흙을 빚어 저를 인간으로 만들어 달라고 제가 당신께 청했습니까? 어둠에서 저를 끌어올려달라고 제가 당신께 애원했습니까?
《실낙원Paradise Lost》
소설의 맨 앞페이지에는 실낙원의 한 구절이 인용되어 있다. 이 문장을 통해 작가는 프랑켄슈타인 속 괴물의 입장을 직접적으로 독자에게 보여준다. 이야기의 서술자인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을 극악무도하고 잔인한, 피에 굶주려있는 기형적인 존재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렇지만 과연 빅터가 창조한 괴물은 처음부터 악하고 비열한 심성을 타고났을까?
빅터는 괴물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부정한다. 동정심을 비치다가도 괴물의 꼬임에 넘어가지 않겠다며 의지를 다진다. 그렇지만 소설 내내 괴물은 솔직하고 진실된 태도로 일관한다. 창조주를 깊이 원망하면서도 제 나름대로 그를 존중하고, 자신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원하는 걸 요구한다.
어쩌면 괴물이 탄생했던 순간 빅터가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지 않았더라면, 괴물이 처음 맞이한 감정이 고독과 외로움이 아니었더라면, 괴물의 의견에 빅터가 더 귀를 기울여주었다면 소설의 결말은 지금과 크게 달랐을지도 모른다.
과연 진정한 의미의 '괴물'은 누구였을까?
괴물은 사랑 받고자 했지만 사랑받지 못했다. 그 존재는 태어나면서부터 버려졌고 방치됐으며 경멸당했다. 괴물이 바라던 것은 자신과 같은 결함을 가진 여성이었지만, 실제로 괴물이 원했던 건 번식의 욕망을 채워줄 이가 아닌 말벗이었고 우정과 애정 사랑을 나눌 가족이었다. 빅터는 창조자로서의 의무를 다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저 공포에 질려 도망갔고 자신이 만들어낸 창조물을 내내 외면하기만 했다.
이야기의 서술은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진행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단연 괴물이다. 빅터 괴물의 번식을 걱정한다. 자신이 만든 끔찍한 괴물이 세상에 만연해질까봐. 이것은 빅터의 잘못된 두려움이다. 그 존재를 제대로 바라본 적도 없으면서 번식을 위해 괴물이 더 숫자가 많아질까 봐 전전긍긍한다. 정말 그가 그것을 두려워했다면 괴물을 앉혀두고 성교육이라도 했으면 될 일이다. 한심하고 편협한데다 책임감까지 없다. 애초에 자신의 욕심으로 창조해 낸 존재이지 않는가. 그렇다면 책임도 스스로 짊어지어야지. 애초에 프랑켄슈타인이 괴물을 보고 도망가지 않았더라면 어떨까? 적절한 관심과 사랑을 주고 교육을 했다면 어땠을까? 그를 사회의 일원으로 자립할 수 있게 도와줬더라면 어땠을까?
프랑켄슈타인은 단순히 '무서운 이야기'를 넘어 많은 것들을 생각할 수 있게 해 준다. 미지에서 오는 공포, 보는 이에 따라 이건 생명 윤리에 관한 이야기일 수도 있고, 정상성을 부여받지 못한 모든 존재들이 어떻게 차별받을 수 있는가에 대하여 알 수 있다. 사람은 자신과 다른 존재라면 거부감을 느끼고 그들을 배제하려고 한다. 의식하지 않으면 누구나 빅터처럼, 괴물을 보고 도망가며 폭언을 하는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
맨 처음 누군가가 알아주길 원했던 제 감정은 바로 사랑이었습니다. 저라는 존재에서 넘쳐흐르던 행복이란 감정과 애정이란 감정, 저는 그 감정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좋은 감정은 이제 다 사라져 희미한 흔적만 남았습니다.
물론 괴물이 사랑과 연민에 대해 내내 말해도 프랑켄슈타인은 이 괴물이 그런 걸 느낄 수 있을 리가 없다, 궤변이다, 헛소리다라며 일축하지만 만약 그것이 진실이었다면 어떨까? 타인에게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재단하는 행동이 과연 옳은 것일까?
이 책은 맨 앞장에서 실낙원의 일부를 인용하여 괴물의 심정을 대변한다. 만들어달라고 애원한적도 없는 한 생명이 막상 태어나보니 자신이 괴물이라는 걸 깨닫는 것. 얼마나 참담하고 슬픈 일일까? 그저 태어나니 살아갈 뿐인데 나를 정의하는 단어가 '괴물'뿐이라는 인생이란. 버림받았다는 슬픔은 그 괴물에게 복수를 바라는 끔찍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잔인함, 분노, 악의.
나는 이 책에서 말하는 진정한 괴물은 빅터 프랑켄슈타인이라고 생각한다. 내내 괴물로 불리는 존재가 얼마나 인간적인지, 얼마나 처절하고 절절한지를 바라보면 그 피조물을 괴물이라고 비난할 수 있을까?
아, 그리고 덧붙이자면 원작 프랑켄 슈타인에서 괴물이 엘리자베스를 겁탈하는 장면은 없다. <프랑켄슈타인>(2019, 공연실황) 영화는 불필요한 장면을 넣은 빈약한 연극이었다. 흐름도 매끄럽지 않고 원작을 돋보이게 하기는커녕 욕보이는 각색이다. 배우들의 연기는 흡입력이 있고 가히 최상이었지만, 좋은 작품이라고 부를 수 없는 무언가이다. 그 영화에서 하나 좋은 점을 더 꼽아보자면, 그 불필요하고 불편한 장면이 원작을 읽게 한 계기가 되었다는 것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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