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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배의 소소한일상
[책 리뷰 / 서평] 홍학의 자리 - 정해연 본문
이것도 훔친책 유튜브에서 추천받은 거다. <홍학의 자리> 사실 나는 소설을 많이 읽는 편도 아니고, 그중 이런 스릴러 소설은 더욱 읽지 않는 편이었는데 그 유튜브 채널로 인해 취향개조를 당하는 것 같다. 처음부터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같은 매운맛 소설을 읽어서일까, <홍학의 자리>는 그것보다 순한맛이라 술술 읽혔다.
- 저자
- 정해연
- 출판
- 엘릭시르
- 출판일
- 2021.07.26
구닥다리같은 소설 도입부
호수가 다현의 몸을 삼켰다. 가느다랗고 부드러운 머리칼과 잘록한 허리, 밤을 새워 지분대던 가슴과 길쭉한 다리, 사랑을 나눌 때면 천장을 향해 만족스러운 듯 뻗던 희고 긴 손가락이 기억과 함께 호수 바닥으로 사라졌다.
첫 문장을 보고 난 감상은 구닥다리같다. 라는 말이었다. 추리 스릴러 소설이야 누군가 죽는 것으로 도입을 만드는 거야 관례인것처럼 전해져 내려져올지도 모른다. 내가 알고 있는 영화가 그렇듯이.
죽은 여성, 그 시체를 감추는 남자, 그리고 시작되는 진실 찾기. 이런 클리셰로 시작하는 서사는 수도 없이 많고, 나는 그중 절반쯤은 실망했었다. 하지만 이 책은 저자가 ‘여성’이라는 점에서라도 일단 믿고 읽어보자는 생각으로 계속 읽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책은 나를 꽤 잘 낚았다.
주인공은 고등학교 교사인 김준후다. 그는 제자인 다현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다. 하필 관계를 맺은 그 날. 얼마 지나지 않아 준후가 잠시 자리를 비웠다 돌아오자 다현은 교실에 목을 멘 채로 발견된다. 김준후는 다현의 몸 속에 자신의 DNA가 있으므로 범인으로 몰리기 딱 좋은 상황. 다현을 죽인 범인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김준후는 허겁지겁 시체를 내리고 시체를 호수에 유기한다.
김준후는 다현과 그의 '부적절한 관계'가 폭로되는 게 두려웠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내렸다. 이 소설은 김준후의 시점으로 흘러간다.
싸이코패스? 소시오패스? 결함 있는 주인공 김준후
자신이 의심을 피할 수만 있다면, 다현과 자신의 관계가 드러나지 않는다면, 자신의 생활이 무너지지 않는다면, 다현에게는 미안하지만 범인이 잡히지 않아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김준후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인간으로 그려진다. 뭐랄까, 생각하는 게 평범하지조차 않아서 김준후의 서술로 진행되는 소설을 읽는 내내 '이자식 진짜 싸이코인가? 뭐 이런생각을 해?'라는 의문이 절로 든다.
김준후는 유부남이다. 슬하에 아이까지 있다. 그런데 그는 다현과 죄책감 없이 불륜을 저지른다. 이걸 불륜이라 표현해도 될지는 모르겠다. 다현은 고등학생이고 김준후는 담임선생님이니까. 미성년자에게 "선생님을 이해하는 건 나뿐이에요."라는 말을 들으며, 침대를 공유하며 시시덕거렸을 주인공을 생각하면 그의 도덕심이 심히 흐트러진걸 이해할 수 있다.
김준후를 요즘 말로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싸이코라고 하기에는 뭔가 그럴듯하게 멋져보인다. 대충 하남자라고 뭉뚱그려 표현하는 게 옳아보인다. 아내가 지나치게 완벽해서, 그 완벽이 자신을 조르는 것 같아서 아내에게 정이 가지 않는다는 남자. 여자라고는 지긋지긋하다고 생각하는 한심한 남편. 김준후가 아내를 밀어내는 이유는 여러가지 있겠지만 자신의 숨을 조이게 한다는 게 정말 우스울 뿐이었다.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아내의 모습도 싫고, 칼같이 정리되는 집의 모습, 아내가 집에서도 후줄근한 옷을 입지 않는 것에 넌더리를 내는 모습은 어쩐지 기묘하다.
김준후는 가부장적인 인물처럼 보인다. 하지만 아내의 '완벽'이 그의 통제욕구를 흐트러뜨리는 것 같다. 아내와의 관계에서 주도권을 뺏긴 느낌을 받고, 그 가부장적인 욕구를 보상받지 못하는 열등감에 찌든 남자. 그러니 자신보다 훨씬 어리고 미숙한 다현과의 관계에서 심리적인 안정감을 느끼는거다. 결국 주인공은 성숙한 파트너와 관계를 유지할 능력이 없는 추잡한 남자라는 게 여실히 드러난다.
충격을 주는 결말, 결말을 보게 되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
김준후가 그런 인물이기 때문에 이 소설은 더욱 재미있다. 자신의 행동의 도덕성을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는 주인공이 "어쩔 수 없었어"라는 말로 회피하고 자신을 보호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기 때문이다. 상황을 왜곡하고 책임을 전가하고, 스스로 를 '피해자'라고 셀링하는 모습을 보면 애잔하기까지 하다. 그가 어떤 일을 벌일 수 있고, 어떤 일을 실제로 벌이는지 놓치고 싶지 않았다. 소설 중후반부로 들어가면서 김준후가 법의 심판을 받기를 간절하게 원했다.
사회에 풀어놓으면 안될 것 같은 사람처럼 보여서.
그의 내면을 아니 더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걸지도 모르겠다. 현실에서 충분히 있을 법한 범죄이기 때문에 더 이입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물론 그를 괴물이라고 여기진 않는다. 평범함. 악은 언제나 평범함의 탈을 쓰고 나타나지 않는가. 김준후는 평범하게 나쁜 인간이다.
결말의 반전은 내 추리를 보기좋게 빗나갔다. 하지만 추리 스릴러의 묘미는, 완전 헛다리 짚은 내게 친절하게 결말을 알려주는 작가가 존재한다는 것 아닐까? "다현은 누가 죽였을까?" 라는 질문을 해소시켜주면서도, 지금까지 흘려넘겼던 떡밥들을 한번에 짚어주는 친절한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 독자란 참 편한 포지션이다.
<홍학의 자리>는 나처럼 추리 스릴러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에게도 충분히 추천할 수 있다. 전개는 빠르지만 이해하기 어렵지 않고,
무엇보다 캐릭터가 확실하고 명료하다.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이 ‘모두가 미쳐버린 세계’였다면, 이 책은 ‘딱 한 명만 미친 세계’라서 더 읽기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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