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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배의 소소한일상
[만화·애니메이션] <아바타 아앙의 전설 시즌1> 리뷰 본문
+2021. 1. 17. 블로그 글을 수정/추가 발행.
나는 애니메이션을 즐겨보는 편이다. 크리스마스와 신정 연휴 동안에는 <아바타: 아앙의 전설>을 정주행했다.
어릴 적 니켈로디언에서 챙겨보던 애니메이션 중 하나였는데, 캐릭터의 성장 이야기를 좋아했던 만큼 이번 기회에 제대로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12월 24일부터 <아앙의 전설>과 그 후속작인 <코라의 전설>이 스트리밍 서비스에 올라왔길래 바로 시청을 시작했다.
2005년작이라 4:3 화면 비율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그걸 보면서 세월이 흐름을 새삼 느꼈다.
넷플릭스에서 더빙과 원어, 그리고 고화질로 감상할 수 있어서 혹시 이 글을 보는 분들 중 관심이 있다면 꼭 한 번 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아앙의 전설>은 총 3개의 시즌, 61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오늘은 그중에서 시즌 1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 시간
- (2005-02-21~2005-12-02)
- 출연
- 김서영, 정미숙, 엄상현, 위훈
- 채널
- 미국 Nickelodeon, EBS1
아바타 아앙의 전설 세계관





아앙의 전설의 세계는 물의 부족, 흙의 왕국, 불의 제국, 공기의 유목민은 각 나라를 이루고 살아간다. 4개의 나라에서는 각 해당하는 원소를 다룰 수 있는 능력자들이 있다. 이들을 워터 밴더, 어스 밴더, 파이어 밴더, 에어밴더라고 부른다.. 그러나 조화를 이루고 지내던 것도 한때, 100년 전 불의 제국이 전쟁을 선포한 뒤로 많은 이들이 피해를 입는다.
이 전쟁은 '아바타'라고 불리는 존재만이 끝낼 수 있다.
아바타는 유일하게 4종류의 밴딩을 전부 통달할 수 있으며, 세계관의 중심이자 영혼세계와 세계의 균형을 이루는 사람이다. 아바타는 전대 아바타가 죽으면 공기, 물, 흙, 불의 순서로 각 나라에서 환생하며, 공기의 유목민 중 아바타가 나올 순서가 되었을 때 불의 제국은 세계 정복이라는 계획에 방해가 되는 아바타를 없애기 위해 공기의 유목민을 모조리 학살해버린다.
전쟁을 끝내주리라 믿었던 아바타가 결국 나타나지 않은 채 10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인류는 희망을 버린지 오래였다. 불의 제국은 거의 전 세계를 식민지로 만들고 점령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남극에 사는 물의 부족인 소카와 카타라 남매가 빙하에 갇힌 소년을 발견하고 구하게 된다.. 그 소년이 바로 대학살에서 살아남은 최후의 생존자이자, 작중 예언대로 '마지막 남은 에어밴더'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아앙이다.

아앙은 아바타의 운명을 타고났기 때문에 4가지 원소를 다루는 능력을 마스터하고 불의 제국을 물리쳐야만 한다. 카타라와 소카는 가족을 잃은 아앙에게 새로운 가족이 되어줄 것을 맹세하며 세계를 구하기 위해 같이 여행길에 오른다.
가볍지 않은 이야기, 성장하는 등장인물들.
아앙의 전설은 어린이를 타깃으로 한 매체가 그러하듯 진부한 권선징악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단순한 코믹 액션물, 어린이를 위한 오리엔탈 이 능력 물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이유는 이 애니메이션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와 입체적인 등장인물, 세세한 감정선 때문이다.
아앙의 전설은 회차를 거듭할수록 분위기가 어두워진다. 마지막 에어밴더 아앙, 불의 제국 군인에게 엄마를 잃은 소카와 카타라, 아버지가 어스 밴더라는 이유로 투옥되어 엄마와 단둘이 살았던 하루, 그 외에도 불의 제국 때문에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아이들이 수도 없이 많이 나온다. 또한 전쟁 포로가 되거나 자신의 고향을 지키다가 평생을 감옥에서 보내야하는 어른들의 고난과 힘없는 피지배계층의 절망을 보여주기도 한다.
무려 100년간의 독재, 긴 식민지배로 인해 무력함에 휩싸인 사람들…아앙의 전설은 전쟁의 참혹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도 그럼에도 우리는 연대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힘이 있을 거라고,‘희망’을 가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놀랍게도 아앙의 전설은 전 시즌을 통틀어 동양의 철학적 관점을 자세하게 설명하기도 한다. 특히 티베트 불교를 바탕으로 아앙이 아바타로서 고민하는 장면을 보다보면 저절로 많은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나는 등장인물들의 1기 특징 및 개인적인 분석을 남겨두려 한다.
아앙

아앙은 굉장히 많은 사명을 가진 캐릭터다. 전쟁이란 누구에게도 친절할 수 없는 법이지만, ‘아바타’의 운명을 타고난 아앙에게는 더욱 혹독하고 잔인하다.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공기의 유목민이자 에어밴더인 아앙은 자신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을 안고 있다. 의도한바가 아니었다해도 세상이 ‘아바타’를 가장 필요로 할 때 도망쳤으며, 소중한 가족,친구를 지키지 못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배신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한동안 악몽을 꾸기도 한다. 아앙을 알아본 한 노인이 그를 비겁한 겁쟁이라며 비난하는 일까지 겹쳐 속앓이는 더욱 심해졌다.
아앙이 죄책감을 떨쳐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건 카타라의 지지와 위로 덕분이었다. 카라타는 아앙에게 세상과 사람들은 여전히 너를 필요로 하며, 100년전 도망쳤던 건 네 잘못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아앙은 카타라를 통해 실수를 딛고 일어서고 좌절에서 빠져나온다. 카타라는 내내 아앙에게 좋은 조언자이자 동료로, ‘아바타’는 세상의 희망이지만, 아앙 개인의 희망은 카타라를 가리키고 있다고 추측해본다.
카타라
이번 시즌1에서 아앙을 재치고 단연 가장 많이 성장한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남쪽 물의부족의 마지막 워터밴더 카타라. 밴딩을 가르쳐줄 스승이 없었기 때문에 스스로 익힐 수 밖에 없었다. 작중 초반부까지만 해도 카타라의 워터밴딩은 물을 공중에 띄우고 물을 얼음으로 변환하는 게 고작이었다. 그러나 워터밴딩 스크롤을 얻고, 수련을 통해 밴딩 능력이 빠르게 발전합다. 북극에서 파쿠와 전투를 하는 장면에서 파쿠가 '이미 훌륭한 워터밴더다' 혀를 내두를만큼 독학으로도 이미 충분한 실력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카타라는 재능을 타고났지만 스승인 파쿠의 말대로 노력파이기도 하다.
실력의 향상도 중요한 감상 포인트지만, 카타라의 성장을 기술만으로 압축할 순 없다. 카타라는 세상의 편견에 맞서고 주변인물에게 크게 영향을 미치는 캐릭터다. 아앙과 여행을 떠나는 시점에서부터 카타라의 성장은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작중 표현으로 북극,남극에 위치한 물의 부족은 가부장제 형태를 띄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카타라는 죽은 엄마를 대신해 가족 내 ‘엄마’의 역할을 수행해야 했고 빨래, 바느질을 포함한 집안일을 도맡아야했다. 불의 제국의 침공을 받고 장성한 남자들은 모두 전쟁을 위해 떠난 터에서 ‘모험’이란 상상도 할 수 없던 것이다. 북극으로 가면 워터밴딩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가족들을 위해 카타라는 남극에서 지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아앙이 등장함으로서 카라타의 인생은 조금씩 변해간다. 카타라는 워터밴더 스승을 찾기 위해 북극으로 데려다준다는 아앙의 제안에 처음에는 망설였다. 여지껏 집을 벗어난 적이 없었기에 조금 더 생각해보겠다고 말한다. 그러다 카타라는 아앙이 아바타임을 알게되고 그를 위기에서 구해주며 본격적으로 여행길에 오른다.
카타라는 타고난 품성이 바르고 올곧습니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은 도와주려하며 인과관계를 짐작해내는 통찰력도 지녔다. 시즌1 6화에서 죄수가 된 어스밴더들에게 연설하는 장면은 그 자체로도 감동적이었지만, 말에서 그치지 않고 죄수들을 풀어주기 위해 아앙과 소카를 설득하고 행동하는 결단력도 본받을만 하다.
아앙의 모든 캐릭터가 그러하듯 카타라의 좋은점이 수도없이 많지만 그렇다고 완벽에 가까운 캐릭터는 아니다. 치기어린 감정도 있고, 미신에 빠져 판단을 제대로 못내릴 때도 있다. 무엇이든 빨리 배우는 아앙을 보며 자격지심을 느끼기도 하고, 괜히 날 선 말을 뱉어내기도 한다. 그러나 카타라는 지난일을 되돌아보며 반성하기도 하고, 아앙을 통해 생각의 전환점을 맞이하기도 하며 일어난 사건에서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카타라의 행보를 보면 단연 아바타 일행에서 중심을 지키고 있는 캐릭터다.
소카

시즌 1 4화 수키와 소카
"오빤 세상에서 가장 성차별적이고 덜떨어진 멍청이야!"
시즌 1 1화에서 카타라가 소카에게 한 말이다. 소카는 등장부터 조금 모자라고 편협한 캐릭터로 나온다. 여자들은 항상 일을 망친다느니, 여자는 바느질을 잘하고 남자는 사냥을 잘하는 게 당연하지 않냐며 조잘거리는 게 꿀밤 한대 따악 놓고 싶다. 카타라가 핀잔을 줘도 반성하는 기미도 없다가, 카타라가 바지 수선을 해주지 않고 던져주자 그제야 절절매며 상황을 모면하기위해 사과하기도 한다.
소카의 행동과 발언으로 미루어봤을 때 남쪽 물의부족이 가부장적이었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소카의 성장 환경에서 여자가 집을 지키고 집안의 가장인 남성이 사냥이나 전투를 나가는 게 일반적이고 당연한 일이었다. 당장 본인의 아버지만해도 불의제국과 싸우기 위해 몇년이나 남극을 떠나있는 상황이니까. 소카는 아버지가 없는 지금 장남인 자신이 여동생인 카타라를 지켜야한다는 책임감이 있으면서도, 카타라의 의견을 가볍게 무시하거나 외면하는 모습을 보인다. 카타라를 소중히 여기지만 존중하는 모습은 영 찾아보기 힘들다.
사회로부터 학습한 남성성과 여성성을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소카의 모습은 다른 등장인물에 비해 성숙하지 못하고 매사에 불만만 재기하는 투덜이에 가깝다. 아마 애니메이션에서 말하고자 하는 게 이런 모습일거다. 남자가 어떻고, 여자가 어떻고 하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사람은 덜떨어져보인다는 거.
그렇지만 아앙의 전설은 소카를 마냥 바보로 내버려두지 않는다. 남녀의 고정관념은 실제로 그렇지 않고, 그런 생각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메세지를 던진다.
이를 잘 보여준 에피소드가 시즌 1 4화 키요시의 여전사들 편이다. 아앙 일행은 전쟁에서 중립을 지키는 키요시섬에 방문합니다. 섬 사람들은 혹시 아앙일행이 불의 제국에서 보내온 스파이일까봐 꽁꽁 묶어 심문을 한다. 하지만 소카는 이 심문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복면을 벗기 전까진 불안해하던 모습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자신을 기습한 사람들이 또래의 여자아이들임을 분명히 전해 들었으나, 소카는 여자애들이 매복해있다가 나를 잡아 포박할리 없다며 되려 코웃음 친다. 소카가 생각하는 '여성'이란 '남성'을 감히 포박할 기술과 힘도 없는 연약한 존재였으니까. 키요시의 전사들은 분해하지만, '불의 제국 스파이'라는 오해를 벗고 '아바타의 일행'이라 대접받으면서도 소카는 꽁하기만하다. 여전히 또래의 여자아이들이 자신을 잡을리 없다는 말을 되풀이한다.
소카가 생각을 고쳐먹은 건 키요시의 전사인 수키와 승부를 하고 난 뒤다. 소카는 키요시 전사들의 수련을 멋대로 무용수업이라고 착각하고, 여자아이들에게 자신의 근육과 멋진 모습을 자랑하기 위해 무대뽀로 당당히 키요시 전사들의 공간에 발을 들였으나 자신의 생각과는 달리 수키와의 대련에서 무참히 패배해버리고 만다. 이 때 소카는 굉장히 부끄러워하지만 조금 뒤,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걸 인정한다. 나아가 자존심을 굽히며 키요시 전사들에게 정중히 사과하고, 자신을 가르쳐달라 청하기까지한다. 소카의 성장은 성고정관념을 깨는 4화부터 시작이었다고 느꼈을 정도로 임펙트 있는 에피소드였다. 아앙의 전설이 05년에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었다는 점이 감탄스러울 정도다.
시즌1 4화는 마무리마저 훌륭하다. 소카는 여성이 남성보다 강할 수 있음을, 훌륭한 전사가 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그래서 전투에 나가기 전 수키에게 한번 더 진심어린 사과를 건넨다. 너를 여자로만 대하고 전사로 대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 소카의 진심이었다는 걸 명백히 보여주는 대사다. 수키는 소카의 사과에 이렇게 말한다. “난 전사이기도 하지만 여자이기도 해.” 라고. 수키는 '전사'라고 해서 자신이 여성성을 버린 것이 아니며 전사임과 동시에 ‘여성’으로서 존재할 수 있다고 소카에게 알려준다. 소카의 성장은 수키의 역할이 컸다고 할 수 있다.
주코

'악역의 사정'이라니. 2021년인 지금, '사실 걔도 나쁜애가 아니었어' 동정심을 자극하는 콘텐츠가 하도 많이 널려있다보니 악역의 사정따위 알바냐고 넘어가겠지만, 아앙의 전설은 급하지 않게, 그러나 느리지도 않게 시청자에게 주코라는 캐릭터를 서술해간다.
불의 제국 왕자다운 다혈질 면모, 아바타를 생포해 본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열망은 집착과 광기에 가깝다. 고작 열 셋의 나이로 본국에서 추방당한 주코는 '아바타'를 찾아 바치지 않으면 불의 제국으로 돌아오지 못한다는 다소 허무맹랑하고 지나친 형벌을 받은 그. 명예를 회복하고 왕자의 지위를 되찾기 위해선 어떻게든 아바타를 찾아야 하는 상황. 주코는 삼촌인 아이로 장군과 함께 공기의 유목민이 지내던 사원을 이잡듯이 뒤지고, 세상을 돌아다니며 아바타를 찾는다. 2년동안 수확이 있을리 만무했고… 삼촌인 아이로는 적당히 쉬어가는 게 도움이 된다며 조언하지만 주코는 아바타를 찾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아바타보다 중요한 건 없다며 선원들의 목숨따윈 아무것도 아니라는 발언까지 해버릴 정도로 간절함을 드러낸다. 작중 아이로 장군은 주코의 파이어 밴딩 기술이 호흡에서 나오지 않고 근육에서 나온다며 타박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만큼 시즌 1의 주코는 내면의 분노가 가득하고 무조건 힘으로 해결하려는 면모를 가지고 있다.
그뿐이면 '주코'는 그냥저냥 어린 나이에 상처를 받아 삐뚤어진 악역에서 멈춰있었겠지만, 주코는 짐작보다 다양한 감정을 지니고 고뇌를 많이 한다. 선원들의 목숨은 보잘것 없다고 주장했지만 태풍을 만나 선원이 위험에 처하자 누구보다 먼저 달려가 그의 목숨을 살려내기도 하고, 시즌1 13화에선 자오 장군에게 아앙이 잡혀있을 때 푸른 가면을 쓰고 그를 구해내기도 한다. "백년 전에 우리가 만났다면 분명히 친구가 됐을거야." 라는 아앙의 말에 그를 공격하긴 했지만,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주코는 자신을 무시하던 자오 장군과 결투를 하다가도, 그가 위험에 처했을 때 기꺼이 손을 내밀기도 한다.
북극에서 영혼세계로 떠난 아앙의 육체를 붙잡았을 때 주코는 이런 말을 한다.
"나는 태어난 게 행운이라고 했어. 하지만 행운 따운 필요 없어. 난 항상 싸워야 했어. 그게 날 강하게 만들었지. 그게 지금의 나야."
불의 제국 왕자로서 지내던 때도 동생인 아줄라와 비교당해야했고 추방당한 뒤엔 불의 제국 왕실의 수치로 지내야했던 주코. 항상 자신의 몫을 싸워서 쟁취해야 했고 아바타를 잡는 일은 명예와 연관이 있었기에 집착할 수 밖에 없었다는 걸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말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주코가 말하는 강함은 이상적인 강인함과 거리가 멀다. 이는 그의 아버지인 오자이 왕의 영향이 크다. 물리적인 힘을 강조하고 무조건적인 복종을 바라는 왕. 다재다능한 아줄라와 주코를 끊임없이 비교했고, 막말은 물론 사실 자식에게 일말의 애정도 없는 냉혈한임을 주코와 아이로의 언급을 통해 알 수 있는데, 아들의 얼굴을 불로 지지면서 '고통은 너의 스승이 되어줄 것이다' 라고 발언하기까지 하는 쓰레기 인간이다. 아버지의 사랑과 인정을 갈구하는 주코는 아버지와 같은 냉혹한 사람이 되려하지만, 옳고 그름의 갈림길에서 고민 한다. 과연 이게 맞는 일일지, 자신이 걸어가는 길이 옳은 길인지. 시즌 1의 주코는 여전히 아바타를 데리고 본국에 돌아가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실천하는 인물이지만,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캐릭터다.
끔찍한 현실에 굴하지 말고 희망을 가지자
"하지만 네가 해야 해. 넌 아바타잖아."
"그치만 전 어린애이기도 한걸요."
아앙 일행은 실수를 참 많이 저지른다. 무엇부터 해야하는지 감이 잡히기는 커녕 앞길은 막막하고 계획에 실패해 수렁에 빠질 때도 많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화를내고 좌절에 빠지기도 하며 대뜸 남을 탓하고 미워하기도 한다.
그래도 이들을 마냥 미워할 순 없다. 그야 세상을 구해야하는 사명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모두 어린아이다. 어른도 실수를 하는데, 아바타라고, 세상을 구하는 사명을 가지고 있다해서 그들이 완벽해야 할까? 아앙은 112살이기는 해도 빙하속에 백년이나 잠들어있었기에 고작 열 두살 소년일 뿐이다.
아앙의 전설에선 아앙 일행이 어린이임을 잊은 어른들이 종종 등장한다. 그럴 때 아앙의 입으로, 혹은 다른 캐릭터의 입으로 그들이 사실 한참 자라나고 있는 어린이임을 상기시켜준다. 아앙은 아바타이면서도 어린 소년이다. 완벽하지 않고 어리숙한 게 당연하다는 걸 각 에피소드에 잘 녹여낸다. 어린이가 미래이자 희망이라는 걸 모를래야 모를 수 없다. 잠깐 답답해하다가도, 금방 생각을 고쳐먹게 됩니다. 훈수를 두기엔 이미 그들은 치열하게, 나름 가장 최선인 방법으로 생존해나가고 있으니까.
어찌저찌 힘을 모아 캄캄한 어둠속을 불빛 하나 없이 헤쳐나가는 캐릭터들을 보면 짠하기도 하다. 그래서 더 애정을 갖고 이들의 여정을 지켜보게 된다. 다음 시즌에서는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캐릭터들의 변화될 모습을 생각하면 더 설레고 기쁘다.
+시즌 1 이후의 리뷰가 없는 이유. (2025.01.01 추가)
사실 아앙의 전설은 너무 좋아해서 몇 번이나 정주행을 했을 정도다. 저번에 실사화가 나와서 실사화도 거의 다 본 상태다. 아앙의 전설 실사화는 사실 큰 아픔을 가지고 있다. 실사 영화를 만들 때 주연을 모두 백인으로 캐스팅 해서 욕이란 욕은 다 먹었던 전설의 사건이 있었더랬다.
영화의 퀄리티도 정말 쓰레기 of 쓰레기였다. 분리수거를 하지 않는 미국의 거대한 초록색 쓰레기통을 열면 그런 영화가 있을 것 같았다. 그런걸 감안하자면, 넷플릭스에 나온 아앙의 전설 실사화는 과거의 좌절을 딛고 일어난 혜성같은 존재다. 하지만 나는 그걸 다 보지 못했다. 북극 전투 전까지 봤는데, 그 이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아니까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나는 해리포터도 좋아하고, 아앙의 전설도 좋아한다. 소년만화도 꽤 좋아한다. 그들이 가진 희망과 그들이 이루고자 하는 꿈이 너무나 빛나서 그 기운을 받는 걸 즐긴다. 하지만 이제 선뜻 손이 가지 않는 건, 그들은 빛나기 위해 필연적으로 스스로를 소모시키는 별과 같은 존재라는 거다.
아앙의 전설은 등장인물들의 트라우마를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그들이 그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까지 꽤 현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그 점이 예전에는 좋았지만, 나이를 먹은 나는 이제 그러한 묘사를 보기 전에 일종의 "각오"를 해야한다. 어째서인지 정신력 소모가 커진다.
대체 2기는 언제 볼 수 있으려나. 실사화의 마지막 부분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 나는 각오를 언제쯤 다질 수 있을까,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