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서평

[책 리뷰 / 서평] 살인 재능 - 피터 스완슨

뜨끈한 꿀배 2025. 6. 3. 10:00

 

 

최근 ‘훔친책’ 유튜브에서 피터 스완슨의 신작 <살인 재능>을 소개한 쇼츠를 보고 바로 읽기 시작했다. 귀여운 토끼들이 나와서 왱알왱알 설명해주는 게 참 귀엽다. 내용은 전혀 귀엽지 않지만.

 

릴리 킨트너라는 캐릭터가 무척이나 매력적이게 그려졌는데 찾아보니 <죽여 마땅한 사람들>이라는 작가의 이전 작품의 주인공 캐릭터라고 한다! 그것도 읽어봐야겠다.  

 


 
살인 재능
《죽여 마땅한 사람들》로 국내외 스릴러 독자들로부터 단숨에 명성을 거머쥔 작가 피터 스완슨의 신작 스릴러 《살인 재능》이 도서출판 푸른숲에서 출간되었다. 데뷔 10주년을 맞아 피터 스완슨은 자신의 작품 세계를 모두 응축해 담아낸 기념비적인 작품을 펼쳐내며 작가로서 진일보하였다. “피터 스완슨의 재능이 전면에 펼쳐진다”(〈퍼블리셔스 위클리〉)라는 해외의 평가를 비롯해, “시종 긴장감과 예측 불가능한 전개를 보여주는 작품” / “방심하는 순간순간마다 반격
저자
피터 스완슨
출판
푸른숲
출판일
2024.08.27

 

 

 

 

남편이 살인자일지도 모른다는 의심, 그리고...

 

 
 

자신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을 한 그를 보자 어쩐지 불안해졌다. 짐을 챙기고 차 문을 잠근 그는 잠시 자리에 서서 석양을 바라봤다. 그의 입은 살짝 벌어져 있었고 텅 빈 두 눈은 무심해보였다. 그녀의 눈에 그의 가슴이 부풀며 깊이 심호흡 하는 모습이 들어왔다. 그가 고개를 흔들자 표정이 달라졌다. 그녀가 아는, 어리숙한 듯 다정한 앨런의 얼굴로 돌아왔다.

 

이야기는 도서관 사서 마사가 남편 앨런의 수상한 출장을 의심하면서 시작된다. 그는 출장 갈 때마다 그 지역에서 여성 실종이나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처음에는 우연이라 생각하려 하지만, 반복되는 사건들 속에서 마사는 서서히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어간다.

 

마사는 과거 대학 시절 자신을 도와줬던 릴리 킨트너를 찾아 이 문제에 대해 토로한다. 문제는 이 릴리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릴리는 예쁘고 창백한 마사의 대학 동기이다. 어쩐지 싸늘한 말을 하곤 했던 마사의 친구. 나는 릴리가 그저 조연이라고 생각했지만, 소설의 중후반부를 지나면 이 소설의 주인공은 단연 릴리 킨트너가 된다.

 

작가가 그리는 뒤틀린 평온함

 

 
 

"그리고 네가 마침 와서 말인데, 내가 너를 선택하지 않은 것 때문에 나한테 화가 난 건 알겠어. 하지만 너도 굉장히 쉬운 상대였을 거야. 넌 이미 괴물이잖아, 릴리. 동족끼리는 알아보는 법이거든."

 

"이봐, 이선" 나는 목소리를 낮췄다. "나는 괴물이 맞아. 그거 잊지마. 알겠어?"

 

<살인 재능>은 한 챕터, 한 챕터를 넘길 때마다 긴장감을 자아낸다. 화려한 반전이나 폭력적인 전개 없이도, 그저 일상적인 장면 속에서 서서히 스며드는 의심과 불안감이 독자를 조용히 조여온다. 특히 좋았던 건 ‘릴리’라는 캐릭터의 활용이었다. 단지 과거 등장 인물을 끌어온 게 아니라, 그녀가 마사의 사건에 개입하면서 보여주는 냉정함과 합리적인 광기가 너무도 인상 깊었다. 

 

살인 재능에는 찌질한 남자 캐릭터가 많다. 음, 사실 남자 캐릭터 전부가 찌질하다고 볼 수 있다. 이선은 자아도취에 빠진 남성이고, 그 느낌을 받기 위해 가장 저열한 방법을 실행하는 사람이다. 그가 릴리에게 동족끼리는 알아보는 법이야. 라는 말을 한 걸 곱씹어볼수록 참 재미있다.

 

뭐랄까, 가짜 광기와 진짜 광기를 보는 느낌이랄까.

 

이선: 크큭.. 나는 짱이야. 내가 최고라고. 바보같은 인간들.

릴리: 뭐야? 산소아까워. 저놈 세상에서 없애야지

 

정리하자면 뭐 이런 느낌. 이선은 릴리와 동질감을 느낄지 몰라도 내가볼 때는 실제로 이선은 릴리와 발톱때만큼 닮았을거다.

 

아쉬웠던 점

 

아쉬운 점이 있다면 초장부터 여자가 죽고 시작하고, 여자가 죽고, 여자만 죽고 뭐 그런 느낌이다. 큭. 큭. 나는야 싸패 살인마. 사회적 약자를 골라 살해하며 만족감을 키운다네. 라는 건 지나치게 진부하다.

 

범인이 일찍 밝혀지는 점도 어라? 라고 생각한다. 추리물의 느낌을 좀 더 길게 가져갔으면 좋았을텐데 싶다.

 

초-중반부에 마사가 피해자 정보를 입수하는 과정은 다소 작위적으로 느껴졌다. 아무리 불안에 사로잡힌 아내라지만, 경찰이 민간인에게 살인사건 피해자의 신원과 브로치 사진까지 넘겨주는 건 설득력이 부족하다. 현실적인 개연성보다는 전개 속도를 위한 선택처럼 보였고, 이 점은 몰입을 방해했다. 아니면 외국은 그러한가? 의문이 들기도 하다. 형사들이 마사에게 정보를 주는 행위는 수사기밀누설 그 이상 그 이하로도 보이지 않는다.

 

마무리

 

<살인 재능>은 흥미로 읽기에 매우 괜찮은 책이다. 릴리의 등장은 강렬하고 ‘악을 심판하는 정의는 누가 내리는가’라는 질문이 고개를 들게 한다. 릴리라는 인물 덕분에 이 소설은 그저 그런 추리물이 아니라, 도덕과 감정의 회색지대를 탐색하는 스릴러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이 책의 에필로그가 릴리의 매력을 반감시킨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정 반대로 그 에필로그가 있기에 릴리라는 캐릭터의 매력이 극대화된다고 느낀다. 릴리의 살인에는 언제나 적당한 이유가 있다. 릴리는 쾌락을 위해 살인을 저지르지는 않지만, 그녀의 이유는 제법 '다크 히어로'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