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서평

[책 리뷰 / 서평]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 미치오 슈스케

뜨끈한 꿀배 2025. 5. 16. 17:00

 

 

최근 '훔친책' 유튜브 채널에서 읽을만한 책을 추천받곤 한다. 이번에 읽은 책은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이다. 쇼츠로 흥미로운 책을 발견할 수 있다니 세상이 참 많이 좋아졌다.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은 여름의 분위기를 잘 살렸다며, 여름에 꼭 읽어야 할 미스터리 소설! 이라는 이야기를 얼핏 들은 적 있었지만, 그다지 끌리지 않는 책이었다. 하지만 해당 유튜브 채널에서 소개한 영상을 보니 헉, 이거 재미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 바로 읽기 시작했다.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미스터리와 호러와 판타지가 절묘하게 결합된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이 책은 주인공 소년의 입을 통해 둔중한, 누구도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충격을 던져준다. 뭔가 석연치 않은, 기묘하면서도 음울한 분위기가 시종일관 긴장감을 자아내고, 거기에 차츰 끌려가다보면 마침내 놀라운 진실과 마주치게 된다. 평범하고 내성적인 주인공 소년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 베일이 하나씩 벗겨질 때마다 독자들은 거듭 손에 땀을 쥐게 되고, 마지막 페이지
저자
미치오 슈스케
출판
들녘
출판일
2014.09.05

 

 

 

어린 아이의 시선으로 진행되는 소설?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은 초등학교 4학년생 미치오가 종업식 날 결석한 친구 S를 찾아가면서 시작된다. 하지만 그곳에서 발견한 것은 친구의 시체. 미치오는 어른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만, 막상 경찰이 도착했을 때 시체는 사라져 있다. 미치오의 엄마는 미치오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주변 어른들 또한 미치오의 말을 쉽게 수긍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그때, 미치오에게 S가 찾아온다. 물론, 이미 죽은 S는 사람의 육신으로 찾아올 수 없다. 그는 거미로 환생해서 미치오에게 찾아온 것이었다.

 

 
 

나와 미카가 S를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다는 걸까? 내 물음에 S는 새삼 강조하는 말투로 천천히 우리에게 선언했다.

 

"내 시체를 찾아줘."

 

 

미치오는 동생 미카와 함께, 친구 S의 실종과 주변의 이상한 사건들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영, 이 소설을 따라가며 이상함을 느낀다. 미카는 3살이라는데 3살치고 무척 어른스럽다. 미치오 또한 그 나잇대를 생각해보면 조숙한 편이다. 미치오를 너무나 미워하는 미치오의 엄마, 무력한 미치오의 아빠. 무엇하나 제대로 이해되는 게 없다. 미치오는 초등학교 4학년이 맞을까? 미카는 3살 여자아이가 맞긴 할까?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불쾌한 묘사, 찝찝한 전개

 

 
 

그 사진. 알몸. 부끄러워하는 얼굴. 히죽거리는 얼굴. 그리고 도서관에서 본 그 책의 내용이 단편적으로 떠올랐다. 땀. 벌어지는 두 다리. 거기로 다가가는 입술. 이불을 통해 엄마의 목소리는 계속 울렸다.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은 미스터리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무척이나 잘 맞는 책일 것이다. 특히 일본 특유의 감성이 살아있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해냈지? 어떻게 작가가 이런 이야기를 쓰려고 결심하게 됐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읽으면서 이토준지의 만화가 많이 생각이 났다. 일본의 공포란, '대체 왜 저러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마음에서 오는 경우가 많은듯 하다.

 

소아성애자(그리고 범죄자인) 담임 선생님, 미치오에게 항상 고함을 치는 엄마, 쓰레기로 가득한 미치오의 집. 여러가지 장면이 충격적이었지만 '미치오가 미카의 손가락을 입안에 넣는다'는 묘사를 보았을 때 속이 울렁거릴 지경이었다. 무엇하나 정상적인 등장인물이 없다고, 그 때 생각했다. 

 

예측할 수 없는 결말, 여전히 남은 불쾌감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의 가장 큰 매력이자 단점은 예측할 수 없는 전개와 결말에 있다. 개인적으로 호불호가 많이 갈릴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완벽한 사건 해결이나 명쾌한 결말을 기대하는 독자에게는 다소 낯설 수도 있다. 누구나 도피처가 필요한 것처럼, 미치오에게도 나름의 도피처가 있었다는 것. 초등학교 4학년의 순수함이랄까, 그저 미치오라는 인물의 기괴함이랄까. 

 

밀리의 서재에서 해당 도서의 평점은 3.7점이다. 후반이 기괴하다는 평가에 나는 크게 동의한다. 윤회와 환생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며 해답을 찾아주는 조력자 도코 할머니의 매력에 초-중반부까지는 나도 푹 빠져서 글을 읽었었다. 하지만 갈수록 진실은 모호해지고 불쾌감, 기괴함이 남기만 한다. 재미있긴 했지만, 남는 게 있는 소설이라고는 하지 못하겠다.

 

한줄 리뷰에 가장 많은 말이 보는 내가 정신병 걸릴 것 같다, 다같이 심리 상담을 좀 받아야할 것 같다. 라는 평이다. 게다가 작가의 이름이 주인공의 이름과 같은 부분도 제정신인게 맞나?라는 의아함을 느끼게 한다.  무료한 일상에 질려 '정신 아픔이'가 되고 싶다면 이 책은 아마 최고의 선택일 것이다.